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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언하는 정직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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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언하는 정직한 인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7.07.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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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 백운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보건복지부장관에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각각 지명하며, 새정부 출범 이후 54일 만에 17개 부처 장관 인선을 모두 마무리 했다.

 

이처럼 장관 인선이 모두 마무리 된 가운데 4일 현 정부의 첫 대법관 후보자인 박정화 후보자를 비롯,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됐으며, 앞으로 마지막 지명된 두 후보자 등에 대한 청문회의 관문이 아직 남아있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해당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는 절차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삼권분립의 제도적 실천을 위해 국회에 부여된 권한으로,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는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초기 주요 공직 후보자들이 도덕성과 자격 문제 등으로 낙마하면서 인사청문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14·15대 국회를 거치며 논의가 계속됐으나 청문회 대상 범위 등을 두고 여·야간 의견 차이가 커 입법하지 못했으나 김대중 정부 시절인 16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해 여소야대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다.

 

제도 도입 당시 청문회 대상은 국회가 임명동의권을 행사해야 하는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13인과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인이었다.
 
제정 이후 인사청문회법은 7차례에 걸쳐 개정됐다. 1차 개정 시에는 13명으로 구성된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각의 활동 기간을 임명동의안 회부일로부터 13일에서 15일로 연장했고, 인사청문회 기간은 2일에서 3일로 변경하며, 심사경과보고서 제출기한을 청문종료일로부터 3일로 연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2003년 1월 열린 국회에서 인사청문 대상에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을 추가하는 2차 개정안이 통과됐고, 2005년 3차 개정에는 모든 국무위원,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확대됐다.
 
2007년에는 육·해·공군을 통할하는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청문 대상으로 포함, 군 인사권도 견제대상이 됐으며, 2008년 방송통신위원장,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위우원장, 한국은행 총재, 2014년 7차 개정에서 KBS사장이 청문회 대상에 포함됐다.
 
인사청문회는 청문 대상자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와 소관 상임위원회로 나뉘어 개최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임명이 가능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하고, 그 외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나 인사청문회는 거쳐야 하는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소관 상임위별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는 국회 인준 절차는 없으며, 국회 소관 상임위가 청문회를 마친 뒤 내정자의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내지만 대통령이 이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다.

 

이 같은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정부 주요 요직의 인사들에 대한 근무능력과 도덕·청렴성 등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
 
중국 사기(史記) 상군열전(商君列傳)에 ‘천명의 아부하는 소리가 한 명의 정직한 충고만 못하다’는 의미의 ‘천인지낙낙불여일사지악악(千人之諾諾不如一士之)’이라는 말이 나온다.

 

조양(趙良)이 상앙(商)에게 한 말이다. 상앙이 임금의 신임아래 일인독재를 10년이나 계속하자 살얼음 같은 공포분위기 속에서 나라가 부강해졌다.
 
하루는 옛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조양이 찾아왔는데, 상앙은 거만하게 자기의 공로를 자랑하며, 백리혜(百里蹊)와 비교해 어느 쪽이 나으냐고 물었다. 백리혜는 진목공(秦穆公)을 도와 천하를 제패한 어진 재상이다.
 
이에 조양은 말했다. “천 마리 양의 가죽이 한 마리 여우 겨드랑이만 못하고, 천 사람이 ‘예, 예’ 하는 아부소리는 한 선비가 하는 ‘아니요’라는 충언(忠言)만 같지 못한 것입니다”
 
조양은 이처럼 상앙의 잘못된 정치와 그릇된 망상을 지적하고, 전후책을 강구해 머지않아 밀어닥칠 화를 미연(未然)에 방지할 것을 충고했다.
 
조양이 다녀간 뒤 효공이 죽고 태자가 뒤를 잇자 백성들은 상앙을 반역자로 고발했으며, 그는 결국 함양 시가지에서 다섯 마리의 소가 끄는 수례에 사지가 찢겨 축는 참형으로 최후를 마치게 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인 이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지난 5월24일 시작된 뒤 그 동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 김상곤 시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됐다.

 

특히, 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빚어졌던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청와대의 부실했던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정치권의 반격이 거세지기 시작됐다.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를 뽑을 때 수행할 업무에 맞는 적격자를 임명하는 데에 제도의 의의가 있으나 현실에서는 후보자를 인선하는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미흡하고, 청문회에서도 정책검증 보다는 여·야간 정쟁이나 지나친 인신공격에 매몰,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예, 예하며 아부하는 천명의 인물보다 ‘아니요’라고 충언하는 정직한 인물이 선택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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