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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물난리 人災” 수재민들 보상요구 집단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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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물난리 人災” 수재민들 보상요구 집단행동
  • 청주/김기영기자
  • 승인 2017.07.1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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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단수 아파트 주민들 “하수관리 부실 탓” 시 “예상못한 자연 재해”
미원 운암리지역 수재민들 “사흘째 옷 못갈아입고 라면으로 끼니”

22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청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들이 충북 청주시에 책임을 묻는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폭우로 도심 절반가량이 물에 잠긴 점을 고려하면 침수 피해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점차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A 아파트 입주민들은 19일 아파트 입구에 천막을 설치하고 '청주시의 하수관리 부실로 인한 침수 피해'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 및 민원신청서 제출을 위한 입주자 서명을 받고 있다.
452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는 지난 15∼16일 내린 폭우로 변전실이 있는 지하 2층까지 물이 찼다.


이 때문에 나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긴 상태다. 상당수 입주민은 친인척 집에 머물거나 인근 숙박업소에서 지내는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인근 숙박업소 차지를 위한 '전쟁'이 벌어졌을 정도라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입주민은 승강기조차 작동하는 않는 불 꺼진 아파트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입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자연재해가 아닌 청주시의 부실한 하수관리에서 비롯된 인재라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 오전 8시께부터 하수도가 역류해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는데 청주시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아파트의 전기공급은 지하주차장 배수가 완료된 후 기계가 다 말라야만 정비가 가능해 빨라도 이틀 이상 소요될 것으로 한전 측은 전했다. 인근 비하동 주민들도 청주시를 상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인다.
석남천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본 이곳 주민들은 복구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주민 서명을 받아 청주시에 보상을 요구한다는 사전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들은 서청주대교 보강공사와 석남천 월류수처리시설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쌓아둔 공사자재가 하천 범람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청주시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청주시는 "석남천과 이어지는 미호천 수위가 급상승하면서 배수로가 막힌 석남천이 범람한 것이지 공사자재를 침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며 "예상치 못한 기습호우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졸지에 '수재민'이 된 청주 농촌 지역 주민들은 사흘째 같은 옷을 입고, 세끼를 모두 라면으로 때우고 있다. 똑같은 수해를 당했지만 도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침수 피해 시설 복구며 응급품 지원이 안 되는 '구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농촌 수재민들은 그래서 폭우로 인한 고통이 더욱 크다.  
19일 아침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리 마을회관에 6명의 어르신이 모여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간이 식탁에는 라면이 담긴 그릇과 수저뿐이었다. 다른 반찬은 고사하고 김치조차 없었다.


청주 도심에서 24㎞가량 떨어진 이 농촌 마을에는 음식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없다. 마을에 하나뿐인 슈퍼도 물에 완전히 잠겼다. 총 12가구가 사는 이 마을 옆으로는 편도 1차선 도로를 끼고 달천이 흐르고 있다.
지난 16일 300㎜ 폭우가 내리면서 하천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1층 주택 천장까지 차오를 정도로 불어난 물이 마을을 휩쓸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 골목은 냉장고, 보일러, 식기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진흙 냄새와 물비린내가 마을을 뒤덮었다.


마을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에는 불어난 하천물에 떠내려온 물고기가 힘겹게 숨 쉬고 있었다. 80㎡ 규모 마을회관은 다른 곳보다 2m가량 높은 언덕에 위치해 사상 최악의 수해를 면했다.
전기·수도가 모두 끊겼지만, 마을회관에는 태양광 발전시설 덕에 선풍기 2대가 쉴 새 없이 돌고 있었다. 비가 멈추고 찾아온 더위에 마을회관은 '찜통' 그 자체였다. 19일 오전 11시부터는 충북에 폭염주의보가 발효한다. 이재민들은 세탁기가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피난 온 옷차림으로 사흘째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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