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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구절벽’, ‘지방소멸’이 곧 ‘국가소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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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구절벽’, ‘지방소멸’이 곧 ‘국가소멸’로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7.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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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려운 건 불확실성이다. 좋든 나쁘든 앞날이 예견되면 상황에 맞게 준비할 수 있다. 아무리 악재라도 충격 완화는 가능하다. 문제는 아무런 감조차 잡히지 않을 때다. 정보가 적거나 없다면 미래 진단은 곤혹스럽다. 우리의 앞날이 그렇다. 생경한 생활 풍경이 불가피하다. 성장은 주춤하고 재정은 악화일로이다. 게다가 인구 변화는 절체절명이다. 1.17명(2016년)에 불과한 출산율은 한국 사회의 건강한 지속 경로를 끊어버렸다.
 
미래는 코앞이다. 성장시대는 가버렸고 어느덧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자 비율이 13.8%인 '늙은 국가'로 변한 것이다. 예측치의 도달 연도가 거푸 앞당겨지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대 변화에 눈을 감으니 위기 확인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고령사회를 지배할 한랭전선은 이미 생활 영역에 다가섰다.

얼마전 한 신문에 나란히 실린 두 장의 사진이 시선을 붙잡았다. 1966년과 2017년 어느 지역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있는 사진이다. '3000' 대 '180'. 50년 만에 쪼그라든 전교생 수이지만 대비된 사진은 숫자만으로 느낄 수 없는 위기감을 보여줬다. 1966년 운동장 구석구석까지 미어터지던 학생들은 2017년 드넓은 운동장에 휑한 몇 개의 점으로 남았다. 그나마 폐교되지 않은 게 다행이랄까.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사라진 3700여 곳의 학교 뒤를 따르는 게 머지않아 보인다.

때마침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한 보고서는 이 초등학교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하는 듯하다.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다. 2040년 무렵 전국 229개 지자체의 인구 감소 정도를 예상한 결과다. 보고서는 인구변화 정도를 4단계로 구분했다. 그중 부산은 기초 지자체 56.3%가 제일 아래 단계에 포함돼 인구 감소 위험이 가장 큰 광역단체로 꼽혔다. 다음으로 위험지역이 많은 광역단체는 경남(38.9%), 충북(36.4%), 경북(34.8%), 강원·충남(33.3%) 등이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소멸'이란 저서에서 30년 내에 일본 자치단체의 절반인 896개가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스다는 지방의 인구 감소는 지방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곧바로 도쿄 등 대도시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수도인 도쿄 일극화를 막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우리나라의 미래는 마스다의 경고 이상일 수도 있다.
 
인구 증가에 관하여 맬더스주의와 풍요주의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있어 왔다. 맬더스주의는 과도한 인구가 환경 파괴를 유발하고 삶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인구 증가가 지속된다면 환경 파괴나 빈곤 문제는 여하한 과학기술로도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풍요주의적 입장은 증가하는 인구 밀도는 농업기술 진보에 오히려 자극제가 된다고 설명한다. 빈곤은 식량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식량 분배 탓이라고도 말한다.
 
미래를 향한 한국의 지상 과제는 저출산 고령화의 해결이다. 1960년 6명이었던 합계 출생률은 2015년 1.2명으로 최하위 그룹이다. 그리스(1.3명), 이탈리아(1.4명), 일본(1.5명), 캐나다(1.6명)가 그 뒤를 잇는다. 저출산과 수명연장에 따른 고령화 속도는 한국이 세계 최고이다. 저출산 문제는 이미 1980년대 말경에 그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으므로 좀 더 일찍 대비했어야 옳. 소도시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은 인구밀도 세계 3위의 국가다. 다만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인구의 질적 구조상의 변화 속도가 문제인 것이다.

인구변화에 대처하는 OECD 국가들의 정책도 저출산 대책과 고령화 대책의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전자는 출산율 안정 또는 회복을 위한 것이고, 후자는 기회를 위기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낮은 출산율의 극복에 성공한 국가의 대응 방안을 보면, 양성평등을 생활화하고, 보편적 복지제도를 완비해 여성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그 예다.
 
일본은 인구변화에 대응하는 직접적 정책을 일찍이 마련하여 시행했다. 대표적 저출산 대책이 엔젤플랜, 신엔젤플랜, 신신엔젤플랜, 소자화 대책 등이며, 고령화 대책으로는 골드플랜, 신골드플랜, 골드플랜21 등이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을 '인구 5000만 명 사수'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2006년 새로마지 플랜 이후 10여 년간 인구정책의 기준이 된 '출산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출산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관계자는 '인구 절벽 극복을 위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정기획위 합동 업무보고에 참석한 뒤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5년 내에 저출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라며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인구 수가 줄어들어서는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구정책 방향 전환은 일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과거 일본도 현재 한국과 마찬가지로 '출산율 회복은 인구 증가'라는 인식하에 출산율 높이기에 매달려왔다.
 
저출산, 환경, 경제 등 걱정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미래 후손들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지난 10년간 수많은 저출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인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그에 합당한 인구 정책과 생산 활동을 조화롭게 이뤄간다면 출산율의 증가는 분명 재앙이 아닌 축복일 것이다.
 
관건은 해법에 접근하는 시각이다. 국정기획위가 지적한 사회경제적 구조에는 교육, 일자리 문제 등이 중첩돼 있다. 이 모두를 관통하는 게 지역불균형이며 기존 수도권적 시각으로는 결코 총체적 해법에 다가갈 수 없다. '지방소멸'이 곧 '국가소멸'로 이어진다는 절박함이 없으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할 뿐이다. 따라서 국가 생존을 위해서는 지방부터 살아야 한다는 프레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단순히 지방 살리기를 넘어 국가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사항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공식화하면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약속했다. 지방분권은 지방소멸을 막는 첫걸음이다. 지자체의 근육을 키우지 않고서는 나라가 온전히 작동할 수 없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권력구조 개편은 현실이 된 국가적 재앙 앞에 부차적인 사안일 수도 있다. 새 정부가 개헌 논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지방분권에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일본의 마스다뿐만 아니라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학자 데이빗 콜먼은 2006년 이미 한국을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지목한 바 있다. 국내외 곳곳에서 켜진 경고등에도 여태껏 헛바퀴만 돈 셈이다. 뒤늦긴 해도 인구 감소 문제에 '비장한 각오'로 임하겠다는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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