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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8.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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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Vacation)의 사전적 의미는 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 혹은 그런 기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휴가를 의미하는 외래어 '바캉스vacance'는 '비운다'는 의미의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왔다고 한다. 휴가란 자신의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과 정신을 비우는 기회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책상에 앉아 강연을 듣는 게 다반사였던 기업의 연수가 변하고 있다. 긴장을 내려놓고 자연과 접하면서 치유와 몸을 다스는 프로그램으로 진행 한다는 것이다. '쉬는 게 경쟁력, 독서가 경쟁력' 바로 스테이 리딩(Stay Reading)이 바로 그것이다.

조선 초기에는 독서휴가 제도인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둬서 '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사서오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전해진다.

세종은 사가독서제의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서 독서 휴가를 다녀온 재상을 모니터링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집에서 독서휴가를 즐기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므로 산 속에 있는 한가하고 고요한 절만 못한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다음 독서 휴가에 들어가는 성상문, 신숙주, 서거정 등 집현전 관리들에게 절로 들어가도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예로부터 공부는 조용한 절간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휴가로 이런 곳은 어떨까? 서늘한 대숲 그늘 속에 들어선 정자 툇마루. 거기서 누군가와 마주 앉아 조용히 바둑돌을 놓으며 보내는 느긋한 휴가를 생각해 본다. 처마 끝에 빗물이 후드득 쏟아지는 날, 서늘한 한옥 마루에 책을 베고 누워 혼곤한 낮잠에 빠지는 휴가는 또 어떨까.
 
바야흐로 휴가마저도 스트레스가 되는 세상이다. 남들의 행복한 휴가가 SNS에 실시간 생중계 되는 세상. 남들보다 더 일찍,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멀리 떠나서, 더 바쁘게, 더 화려하게, 더 고급스럽게 놀아야 남을 앞설 수 있다는 얘기다. 쉽지 않은 일이다.
 
배터리 완전 방전, 다들 과로로 지쳐있다. 휴가는 사실 이럴 때 더 필요하다. 더 이상 남은 힘이 없다고 느껴질 때, 남들과의 경쟁으로 심신이 피곤해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휴가를 떠나야 할 때다. 이런 휴가의 목적지라면 교통체증이나 바가지상혼, 소란만 가득한 떠들썩한 피서지 말고, 정물 같은 풍경과 고요한 휴식이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여름 한달간은 무조건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한다. 연초부터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한국식 문화로 보자면 그들은 놀기 위해 일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1인당 연간 2,069시간을 일하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둘째로 긴 근무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이 아닌가.

그렇다고 프랑스(유럽)인들이 베짱이처럼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우리보다 할 일을 더 잘한다. 노동생산성이 한국의 두 배다. 근로시간당 국내총생산(GDP)이 프랑스는 61.62달러, 한국은 31.77달러다. OECD평균(46.74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펑펑 놀고도 공부만 잘 하는 학생 같다. 한 달을 쉴 수 있다는 것은 나머지 11개월 동안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경제 개발 시기에 집단 과로시대를 보냈다. 지금은 자기성취를 위해 과로한다. 스스로가 과로의 피해자이며 가해자인 셈이다. 자기착취가 타인에 의한 착취보다 효율적인 건 그것이 자유롭고 자율적이라는 착각 속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휴가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몰려있다. 이 기간에는 대다수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멈추고, 학원 등도 휴무에 들어간다. 출퇴근길은 평소와 달리 한산하며, 대신 고속도로나 해수욕장 등 유명 피서지를 향하는 길은 차량정체가 빚어지기 일쑤다. 과거에는 여행업계나 숙박업계에서는 이 기간을 성수기라고 했으나, 지금은 최성수기라고 할 정도다.
 
휴가가 ‘7말 8초’에 몰리는 현상은 장마가 끝나고 찾아오는 무더위와도 상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한낮뿐만 아니라 열대야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식욕이 떨어져 입맛도 없을 시기다. 우리 조상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더위를 피했다. 정월대보름에 ‘내 더위 사라’며 지인들에게 한 해의 더위를 팔기도 했고, 여름철에 백숙 등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면서 이열치열로 여름을 나기도 했다.
 
휴가(休暇)의 사전적인 의미는 직장·학교·군대 따위의 단체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쉬는 일을 뜻한다. 열심히 일했던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하다. 학창시절과 달리 방학이 따로 없는 직장인·자영업자에게는 ‘휴가’는 직장과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들을 챙기고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회사가 단체로 쉬는 직장이 아니라면 ‘7말 8초’가 아닌 시기에 휴가를 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 휴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6박7일간 강원도 평창과 진해에서 휴가를 보냈다. 몇몇 야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아무런 준비 없이 휴가를 떠나거나 상황 대처를 제대로 못했을 때 하는 것이 맞다. 문 대통령의 휴가지였던 진해 군사기지는 군사 통수권을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대통령짓 못해 먹겠다”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말은 맞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통령 노릇하기는 정말 힘들어 보인다. 탈원전, 대기업과 고소득자 증세, 부동산 대책 등 굵직굵직한 이슈뿐만 아니라 하다못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놓고서도 말이 많다. 그런 점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읊었다는 한시에 공감이 간다.
 
주천난주사월천(做天難做四月天·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잠요온화맥요한(蠶要溫和麥要寒·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원한다)/출문망청농망우(出文望晴農望雨·길가는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기다린다)/채상낭자망음천(採桑娘子望陰天·뽕잎 따는 여인은 흐린 날을 원하네)
 
알려진 대로 이 시는 유불선에 두루 밝은 대만의 대학자 난화이진(南懷瑾·1918~2012년)이 자신의 저서 ‘금강경강해’와 ‘논어별재’에서 소개한 것이다. 난화이진 본인이 지은 것은 아니고 옛 중국에서 전해 내려온 시다.난화이진은 ‘논어별재-옹야(雍也)’에서 이 시를 인용한다. 난화이진은 ‘옹야’편을 해설하면서 황제의 조건, 리더의 조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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