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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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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겠다”
  • 이신우기자
  • 승인 2017.08.1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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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안보위기 ‘평화적 해결’
“우리가 주도” 운전자론 재확인
美에 “군사행동 韓결정” 메시지
北에 도발중단·대화복귀 촉구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안보위기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타개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데 주안점이 놓였다.
 한반도 문제의 최대 당사자로서 전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는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을 차단하고 외교적 노력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시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보다 정제되고 공식화된 형태로 ‘평화노선’을 천명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광복절 경축사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중 연설 가운데 가장 비중 있고 엄중한 연설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특별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북한과 미국이 ‘괌 포위사격’, ‘군사적 해법 장전’ 등 ‘말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긴장의 수위를 낮추고 평화적 프로세스로 국면을 전환해나가자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경축사는 거듭된 도발을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는 북한에 대한 엄중 경고와 동시에 군사적 옵션카드까지 검토하며 대북 초강경 모드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분명한 신호’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북한 도발사태에 대응하고 협력해 나간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계하는 언급을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에서 또다시 전쟁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 만이 결정할 수 있고,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정적이고 강한 어조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동시에,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동의 없는 군사적 충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따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등 일방적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운전자론(論)을 거듭 천명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북·미간의 긴장이 예상치 못한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을 막고 평화적 해결을 추진해낼 수 있는 주체는 결국 한국 뿐이라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라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언급한 대목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평화적 해결 노력에 더욱 힘을 실어달라는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을 향해서도 즉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북한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는 ‘핵 동결’을 천명하며 입구론을 재확인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군사적 대화의 문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에서 지난달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해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를 중단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북한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상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군사적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이 자칫 남북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군 당국 간 ‘핫 라인’ 재개통 등 군사 대화의 채널을 다시 연결할 필요가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대일(對日) 메시지는 크게 볼 때 과거사와 양자 협력관계의 분리로 요약된다.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나가겠지만, 그로 인해 한·일 양국의 양자적인 교류·협력관계가 장기 교착돼있는 상황은 이제 벗어나겠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과거사와 역사문제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지속적으로 발목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새로운 한일관계의 발전을 위해 셔틀외교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에는 최근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도발에 대처해나가려면 한·미·일 삼각 협력은 물론 일본과 양자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긴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과거사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일 관계가 진정한 협력관계로 발전해나가려면 역사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오히려 역사문제를 제대로 매듭지을 때 양국 간의 신뢰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일본 정부의 ‘불안정한’ 역사인식에 있음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과거사 그 자체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이 급변하는 것이 한일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는 일본의 정치지도자들이 정권의 위기나 일본 내부의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한·일 역사문제를 악용해온 측면이 있는 점을 비판하고 과거사 문제를 일본 국내용으로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는 보편적인 국제적 규범에 따라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킬 것이다.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사 문제를 합당한 원칙 대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은 광복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와 그 후손에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보답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안동 임청각’의 현재 모습에 우리나라 보훈의 실태를 빗댔다.
 99칸의 저택이던 임청각은 일제의 보복으로 반 토막이 났으며 집 한가운데로 철도가 관통하게 됐다. 임청각은 광복 72주년을 맞이한 오늘날에도 제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을 사라지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광복 후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우리 사회에 불의와 타협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가치관이 만들어졌다는 문 대통령의 역사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친일청산의 의지는 새 정부가 추진 중인 적폐청산과도 맥이 닿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공약집 첫머리에 ‘적폐청산’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독립유공자의 3대까지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임시정부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독립유공자와 참전유공자의 치료와 예우를 강화하는 한편, 순직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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