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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상표인가 외국어상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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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상표인가 외국어상표인가
  • 김영수 제이스특허법률사무소 대표
  • 승인 2017.08.17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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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의 상가 거리를 걸으며 빼곡하게 줄지어선 건물마다 부착되어 있는 상호나 상표 등 각종 간판을 보노라면 아직도 영어나 외국어 또는 이들의 발음으로 구성된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상표는 자타상품의 식별표지이며 상품의 얼굴이다. 상표는 문자 또는 도형 등의 상품을 표상하는 상징적 표지이며 상표소유자는 그것으로 자기 상품을 형상적으로 표현하여 상품의 출처, 품질, 성능 등을 나타내고, 일반 소비대중은 상품을 연상케하는 심리적 작용에 따라 상품선택의 수단으로 삼는다. 이러한 연유로 상표는 부르기 쉬울 뿐만 아니라 듣기도 쉽고, 또한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좋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문자로 구성된 상표 중 한글상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10여 년간 특허청에 출원한 문자상표 중 한글상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 정도이며, 영어 등 로마자로 표기된 상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정도로 아직은 한글상표보다 로마자 상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출원하는 상표 중 한글로 구성된 상표는 약 5%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그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는 하나, 해마다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외국 선진기술 수용 및 품질 고급화를 위하여 국제적으로 신용이 높은 외국상표를 도입하여 사용하거나, 외국의 주문자가 요구하는 상표를 부착하는 주문자상표(OEM) 사용 등으로 외국어 상표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영어 보급의 확대와 함께 대화 중 외국어를 한 두 마디는 구사해야 지식인 축에 들어가는 것으로 오해하여, 애써 영어 등을 사용하려는 사회 분위기 등도 외국어 상표 증가의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우리 경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발전을 이루었으며, 세계 최고의 기술도 많이 보유하게 되었다. 이에 걸맞게 순수한 우리말로 구성된 한글상표도 그 비중이 더 많이 증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446년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였을 때 최만리를 비롯한 많은 대신들은 몽골이나 티베트 같은 오랑캐들이나 자체의 문자를 가지는 것이라며 상소문을 올려 한글 사용을 반대하였으며, 이후 국내외의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한글은 오랜 기간 동안 활발하게 사용되지 못하다가 1945년 8월 15일 감격적인 해방으로 일제의 탄압에서 벗어난 이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세계적인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은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이며, 영국의 역사가 존 맨은 그의 저서 ALPHA BETA에서 한글은 단순하고 효율적이며 세련된 알파벳으로 가히 알파벳의 대표적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고 세계의 많은 언어학자들로부터 고전적 예술작품으로 평가된다고 하면서 한글에 대하여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우리의 경제발전과 더불에 세계 곳곳에 한류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것과 더불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대학에 한국어과가 설치되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제 어려운 시대를 지나오며 무엇이든 우리의 고유한 전통의 것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하찮게 여기던 시각을 과감하게 바꿀 시기가 되었고 상표의 선택도 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상표를 선택할 때에는 그 상표를 어떤 상품에 사용할 것인지, 그 상품의 수요자가 누구인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될 것이고 결국 상표권자에게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는 상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한글상표를 선택할 것인지 외국어상표를 선택할 것인지도 물론 그러한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겠지만, 세계적인 문자 한글의 우수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 사용을 반대했던 최만리처럼, 한글상표 채택을 꺼리는 우를 범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특허청에서는 우리말 상표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우리말 우수상표를 선정하여 시상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행사는 외국어 상표 또는 국적 불명의 네티즌 용어 등이 사회전반에 걸쳐 범람하는 가운데 친근감이 가면서도 부르기 쉽고 세련된 우리말 상표 사용 확산을 위하여 마련했다.

 

이제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상품에 세계적으로 우리 문자로 구성된 한글상표를 보다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사용하면서 전 세계에 상품을 보급함으로 국내에서는 물론,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도 한글상표가 인기있는 상표로 부상되는 날이 속히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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