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65] 부패한 사립대 총장과 열정의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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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5] 부패한 사립대 총장과 열정의 설립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7.09.1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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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법정은 그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위반’ 죄를 물었지만 세상은 그에게 ‘젊은청춘의꿈절도’ 죄를 묻는다.- 

사립대학의 설립자나 설립자의 자제로 대물림된 총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절대 군주와 다름없는 권세를 부리기 일쑤다.

특히 설립자의 2세가 운영하는 대학일수록 더 심하다. 그러다보니 교육기관이 아니라 적폐의 대상이 되어 사회를 곪아가게 하고 있다.

이런 대학에서 학생들은 각각 연간 1천 만 원씩의 매출을 올려주는 상품으로 취급되고 교직원은 상품관리인일 뿐이다. 학교 예산은 절대자의 쌈지돈처럼 쓰이고 더러는 정부의 예산마저 끓어다 개인주머니를 채우는가 하면 심지어 권한을 앞세운 성추행도 다반사로 발생한다.

이와는 판이한 사립대도 물론 있다. 설립자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국가가 해야 할 일의 일정부분을 떠맡아 국가의 동량을 키워내는 대학도 얼마든지 있다.

한 쪽에서는 대학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여기고, 한 쪽에서는 국가 백년대계의 명예로 여기는 상반된 가치가 오늘에도 여전히 사립대에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의 자연도시 전남 순천에 이러한 양면의 역사를 가진 대학교가 있다. 어린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갖은 멸시와 천대를 이겨내며 재산을 모았던 고 강길태 이사장이 세운 청암학원이 여기에 속한다.

강 이사장은 고국 땅으로 돌아온 뒤 전 재산을 털어 학교를 세웠다. 교육만이 살길이라는 신념이었다. 1954년 문을 연 순천간호고등기술학교가 오늘의 청암대 모태다. 강 이사장은 이어 1976년 순천여자상업고등학교를 설립해 여성교육의 터전으로 발전시킨 뒤 폐교위기에 놓인 도립순천간호전문대학을 인수해 오늘의 청암대학교로 발전시켰다.
 
이사장 시절, 강 이사장은 생전에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교직원들이 불편해 할까 싶어 평일에는 학교방문을 꺼리고 주말에만 둘러 볼 정도로 배려심 또한 깊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순천시민의 상(교육문화부문 본상)을 받았고 정부도 생애를 바쳐 국민교육 발전에 헌신한 그에게 대한민국 국민훈장 석류장과 모란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듯이 아버지만한 아들 또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세상사다. 4년 전 강길태 총장이 별세하자 이사장이던 아들이 총장이 되어 대학운영을 맡았다. 강명운 총장이다.
 
그가 이달 초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 5일 여교수 2명을 추행하고 교비 1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 총장에 대한 징역 3년의 중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 총장에 대해 ‘7년에 걸쳐 배임 행위를 저지르며 14억원 상당을 학교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학생들의 교비 납부 등도 고려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학교를 개인 소유물처럼 생각했고 주변의 우려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배임 범행을 확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교에 큰 손해를 끼쳤다’고 덧붙였다. 여교수 2명에 대한 수차례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강 총장의 여교수 성추행과 배임사건은 그가 총장에 취임한 이듬해인 2014년 6월 24일 본보가 전국최초 단독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기도 하다.

이후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지난 2015년 교비 14억원을 빼돌리고 여교수 2명을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그를 불구속 기소했었다.
 
강 총장은 일본에 있는 가족 명의의 빠징코 건물을 해외연수 목적 건물로 임차해 사용하는 수법과 사위 앞으로 국제학생육성연맹이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어 교비 14억여원을 빼돌렸으며 여교수들을 불러내 승용차, 노래방 등지에서 수차례에 걸쳐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본에서 빠징코와 터키탕을 운영, 채권불량자로 전락한 그가 아버지로부터 학교를 물려받은 순간부터 그는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대학은 강 총장을 지지하는 세력과 반대세력으로 나뉘었고 이에 따른 보복성 인사로 내부갈등은 끝없이 뒤틀려 심화됐다. 교육부의 수차례 감사가 실시돼 국비보조금 150억원이 환수조치되는 등 대학명예가 실추되고 국비지원이 중단되는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비난이 잇따르면서 대학은 파행의 연속이었고 속절없이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가슴만 시커멓게 멍들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실험실의 마루타까지 자청하며 알바현장에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시간에도 그는 그런 학생들이 낸 등록금 횡령에 골몰해가며 권세를 부렸다.
 
설립자인 아버지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꿈을 심어줬고 대물림 받은 아들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꿈을 훔쳐간 것이다. 법정은 그에게 ‘특정경제가중처벌법등에관한법률위반’ 죄를 물었지만 세상은 그에게 ‘젊은청춘의꿈절도’ 죄를 묻는다. 훔쳐간 젊은이들의 꿈과 무너져버린 교직원들의 절망은 누가 돌려줄 것인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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