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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폭염·늦장마에…추석농심 ‘깊어가는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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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폭염·늦장마에…추석농심 ‘깊어가는 시름’
  • 김윤미기자
  • 승인 2017.09.25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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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여물지 않고 수확량 3~4%감소…충남 서해안 105 이상 떨어질듯
탄저병·열과 등 과일작황 현저히 감소…우박피해 농경지 2000ha 육박

 국내 최대 쌀 재배단지인 충남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 AB지구의 올해 ‘농사 시계’는 한 달 이상 늦게 돌아간다. 황금빛으로 변했어야 할 논은 이제 겨우 이삭을 내민 벼가 푸릇푸릇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벼가 여물지 않은 천수만 간척지에는 풍요로움이 없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돌면서 계절의 변화를 걱정하는 농민의 한숨 소리만 깊어가고 있다.


 바다를 매립한 이곳은 올봄 극심한 가뭄으로 논바닥 염분 농도가 영농 한계치(2800ppm)에 다다르면서 어린 모 상당수가 말라 죽었다.
 농부들은 장마가 시작된 7월이 돼서야 가까스로 2차 모내기를 했지만 곧바로 시작된 폭염과 궂은 날씨로 인해 생육이 더딘 상태다.


 가뭄과 폭염, 늦장마가 뒤섞인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풍년가가 흘러나와야 할 농촌의 추석 분위기가 무겁다.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한 벼는 낱알이 제대로 맺지 않았고, 과일과 채소도 병에 걸리거나 물러 터져 작황이 예년만 못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벼 수확량이 작년보다 3∼4%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여건에 따라 지역적인 편차도 커 가뭄이 극심했던 충남 서해안은 10% 가까이 빠질 가능성도 있다.


 비가 덜 내린 남부지역은 작년과 비슷한 수확이 예상된다. 경남의 경우 조생종 벼의 80%가량을 수확했는데, 10a당 생산량이 516㎏로 작년(517㎏)과 비슷하다.
 과일 작황도 여의치 않다. 전국 최대 사과 산지인 경북 안동에서는 이달 초 습한 기후 속에 탄저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애써 키운 사과를 절반 가까이 폐기한 농가가 수두룩하다.


 탄저병은 과일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과육이 움푹움푹 썩어들어가는 병이다. 병원균이 주로 빗물을 타고 번지기 때문에 수확기 내리는 비는 치명적이다.
 8월 이후 늦장마가 이어진 올해는 ‘추석 사과’라고 불리는 조생종 홍로가 된서리를 맞았다.


 충북 충주와 보은 등지의 사과밭에는 사과 알이 쩍쩍 갈라지는 열과까지 생기고 있다.
 열과는 수확기 사과 껍질이 얇아진 상태에서 뿌리를 통해 수분이 과다하게 흡수되면 생긴다. 알 굵고 당도 높은 사과일수록 피해가 심해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운다.


 배는 비교적 작황이 양호하지만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어 문제다. 늦은 추석으로 인해 ‘원황’, ‘화산’ 등 조생종과 더불어 신고배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지역에서 잎과 열매 등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타들어 가는 화상병과 흑성병 등이 발생했지만, 심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 19일 경북과 강원 충북 북부지역에 쏟아진 손톱만 한 우박도 가뜩이나 우울한 농심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우박이 쏟아진 시간은 5∼6분에 불과했지만 추석 대목을 기다리던 사과·배가 폭탄을 맞은 듯이 으깨지거나 땅에 떨어졌고 벼와 배추 등도 고개가 꺾이고 잎이 찢겨 못쓰게 됐다.
 정상적으로 출하하면 1상자에 3만 5000원 가량 받을 수 있는 사과지만 주스 공장에는 5분의 1인 7000원 정도에 넘겨진다.


 춘천시 신북읍과 동면 일대 배추밭도 초토화됐다. 배춧잎은 구멍이 숭숭 나고 갈기갈기 찢겨 형태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번 우박으로 피해 본 농경지는 전국적으로 2000㏊에 육박한다.
 사과 밭이 많은 경북이 1159㏊로 가장 많고, 강원도 665㏊, 충북 68㏊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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