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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는 원로(元老)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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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는 원로(元老)가 없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7.09.26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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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포항이 시끄럽다. 포항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국지도20호선 교량 신설이 뜻하지 않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 교량은 포항의 남북을 연결시키는 포항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민원에 막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교량은 국가지원지방도로 전액 국도비 예산이 지원되는 사업으로 자칫 사업이 무산될 경우 어렵게 확보한 예산을 반납해야해 지역 발전의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동빈대교는 201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다음해 제3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고시되면서 노선이 확정됐다. 국도비 662억원이 투입돼 길이 835m, 폭 16.5m의 4차선으로 건설되며 다음달 중 기본설계가 완료될 예정이다.


포항시는 총사업비 662억원을 투입해 지금까지 단절되어 있는 국지도20호선 미연결 구간에 교량 835m를 포함한 도로 1.35km가 건설되면, 북구의 주거 밀집지역과 남구의 철강 산업단지가 직결노선으로 연결돼 시가지 상습 교통정체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량이 연결되면 송도해수욕장과 영일대해수욕장을 하나로 연결시켜 항만도시 포항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사업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노선 전면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서 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주민들은 포항시 건설안에 따라 우방비치 앞쪽으로 고가도로가 설치되면 통행량이 증가해 소음, 비산먼지, 매연이 발생하고 아파트 미관훼손, 통풍차단, 조망권 및 일조권 침해 등으로 우방비치타운은 더이상 집단거주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노선변경을 요구했다. 이처럼 사는 세상에서 갈등이 없을 순 없다. 다만 그 사회가 어느 정도의 갈등관리 역량과 자정능력을 가졌느냐에 따라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갈등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사회전반에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타협이나 양보는 사전 속에서나 나오는 단어로 치부되는 갈등 조장 사회라 해도 무방할듯하다.


이같은 갈등의 중재는 시장 한사람으로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원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포항에는 원로가 없다. 작은 이익에 집착해 빚어지는 소란들이 큰 갈등으로 증폭되는 어리석은 상황을 한 가닥 큰 줄기로 명쾌하게 잡아낼 수 있는 진정한 원로가 없다. 원로라 할 수 있는 전직 두 시장은 오히려 딴지를걸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재산권과 생활권이 달린 문제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전직 두 시장만큼은 원로로서의 근엄함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불행하게도 그중 한 사람은 반대 시위에 모습을 나타냈다고 하니 참으로 부Rm러운 일이다. 전직 시장으로서 현 시장이 잘못을 하면 불러다 따끔히 충고하고, 포항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사람들 아닌가.


박기환 전 시장은 최근 경북도와 포항시의 동빈대교 고가교 건설계획과 관련 모 신문 기고를 통해 가칭 동빈대교를 포함한 국지도20호선 개설을 위한 예산과 공영주차장 부지 매각등과 관련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이미 포항시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한 사안들이다. 확대재생산이다.


박승호 전 시장도 비난대열에 합류했다. 박 전시장은 SNS에서 연결방향을 해안로로 바꾸어야하고, 런던브릿지 처럼 도개교로 건설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수천세대의 주변 아파트 가격하락과 주변상권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시장 재직당시 불도저 시장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조차 가마득히 잊은 모양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시장을 하겠다는 사람 역시 시시콜콜 시정에 딴지를 걸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이 시장이 되면 천지개벽이라도 시킬 것처럼 떠들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를 보는 시민들은 착잡하다. 옳고 거름을 떠나 그저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의 재직 시절을 떠올려 보라고 권하고 있다.


지금, 포항에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무게 있고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전해 줄 진정한 원로가 절실하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일들이 생길 때면 기꺼이 나서서 개운하게 정리해 주는 지역사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줄 그런 원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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