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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유산’ 위안부 기록물, 日 저지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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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유산’ 위안부 기록물, 日 저지에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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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0.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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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국 15개 기관 ‘日 위안부 목소리’ 신청
피해자 조사자료 등 2744건·기록물 654건
日 여성박물관·후미코씨 기록 등도 포함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타이완 등 9개국이 공동으로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 등재가 보류됐다. 사진은 7월 25일 서울시청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가 미군사진병이 1944년 촬영한 흑백영상을 설명하는 모습.                                                                                                                                                  / 연합뉴스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기록물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세계기록유산 등재심사소위원회에서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일본 정부의 등재 저지 총력전으로 인해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네스코는 지난 2015년 중국이 난징대학살 문건과 함께 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다른 피해국과의 공동 등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한국·일본·타이완·네덜란드·필리핀·인도네시아·동티모르·영국이 합세해 9개국 15개 기관이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재를 신청했으나 이번에도 최종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일제가 저지른 만행을 상세히 알려주는 피해자의 증언 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운영 사실을 증명할 사료와 위안부 피해자 조사 자료, 피해자 치료 기록, 피해자 지원 운동 자료 등 2744건으로 구성됐다.


 국내 자료 중에는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국가기록원, 독립기념관, 헌법재판소,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소장한 기록물 654건이 포함됐다.


 일본에서도 전쟁과 평화에 관한 여성박물관이 모은 기록과 가와다 후미코(川田文子)가 소장한 위안부 피해자 배봉기(1914∼1991) 씨 관련 자료 등 923건을 제출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심사 과정에서 인권 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각국 시민들이 진상을 규명하도록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또 여러 나라가 합심해 방대한 자료를 모아 인류의 ‘거대 기억’을 재구성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난징대학살 문건 등재 이후 세계기록유산 심사 과정에서 이해 당사국이 반론권을 갖지 못하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는 사실관계나 역사 인식에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자 간의 대화를 촉구하고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등재 심사를 보류하는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이 방안은 내년 봄 이후에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일본이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강하게 압박하자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와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결국 ‘정치적 고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뛰어난 사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매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세계기록유산 제도 개혁안이 시행되면 위안부 기록물을 놓고 일본과 다른 피해국 사이의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혁안에는 최장 4년간 대화를 독려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화 결과를 판단할 주체나 조정자에 관한 세부 내용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혜인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원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20세기 ‘고통의 역사’를 21세기 ‘극복의 역사’로 만든 사례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인류 전체가 노력했음을 보여주는 자산”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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