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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서 한국인의 저력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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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서 한국인의 저력을 본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7.11.2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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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지난1978년 관측 이래 가장 강력했던 규모 5.8의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이달 15일에는 포항에서 규모5.4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경주지진 진원지 깊이 15km보다 얕은 8km로 가스공사 흥해관리소에서 측정된 최대지반가속도가 576갈(gal), 0.58G로 지진 규모 7.5에 이른다. 아직도 이어지는 여진으로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지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원전의 안전 관리와 내진 설계 기준 강화,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 정기적인 재난대피 훈련 등...중장기적인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껏 우리는 나라 밖에서 지진소식이 들릴 때면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달라지고 있다. 아니, 사실은 오랜 세월동안 크고 작은 지진이 있었지만, 큰 피해가 없었기에 지진 안전지대 인양 착각하고 살았던게 아닌가 싶다.

기자는 천재지변(天災地變)앞에 인간이 얼마나 비참해 질수 있는지를 직접 눈으로 봤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불가항력(不可抗力)의 영어식 표현이 신의 섭리(act of God)라는 사실에 새삼 무서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한 직후 정부와 포항시가 보여준 대처는 평가받을 만하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19초 만에 조기 경보를 발령했고 곧바로 긴급 재난문자를 국민들에게 보냈다. 포항시와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포항으로 내려왔다. 이번 포항 지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라는 전례 없는 기록까지 남겼다. 수능을 불과 12시간 남겨둔 시점에서 정부가 전격적으로 연기를 결정한 조치는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과 당혹감에도 불구하고 매우 시의 적절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능 연기를 요청하는 포항 지역 학부모들의 간절한 마음을 김상곤 교육부총리에게 전했고, 김 부총리의 건의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재가했다고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 뒤 포항 현지를 방문해 신속한 피해 복구와 이재민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독려했다. 지진 피해 속에서도 정부와 민간, 중앙과 지방정부의 대응과 대처가 톱니바퀴 돌아가듯 착착 맞아 돌아가는 모습에서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

지금 포항에는 전국 각지에서 성금과 구호품이 줄을 잇고 있다.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 들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유재석 이영애 씨 가수 장윤정 씨와 그룹 동방신기 등도 이재민 돕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포철공고 출신 FC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뛰고 있는 황희찬 선수와 대박이 아빠 이동국 선수(전북FC)도 동참 했다. 포항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지진 피해 복구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강덕 시장도 20일 1억여원을 지진 피해 성금으로 기탁했다.

이 시장의 이번 지진피해 성금은 2014년 시장 취임 후 매월 받은 급여에서 차량유지비와 유류비, 제세공과금 등을 제외한 급여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포스코 20억원, 현대제철 포항공장 1억원, 대아가족 황인찬 회장이 2억원을 내어놓은 것 이외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지역 정치인 및 기업인들이 성금을 기탁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자연스레 기업, 정치인들의 역할론이 대두 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지역에서 갖은 위세를 떨어가며 우쭐대던 그 기업들은 지금 포항에 없는 모양이다.

당장 내일 있을 수능도 걱정이다. 자연 재해를 경험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수일에서 수주에 이르기까지 불안, 불면, 악몽, 초조, 무력감, 짜증, 충동 조절의 어려움과 같은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하물며 수능을 앞둔 학생들은 오죽하겠는가. 평소대로 식사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유지해 생활리듬과 학습 마인드를 유지하도록 마지막 까지 노력해야한다. 이는 본인의 노력과 가족의 도움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경북지역에 산재해 있는 원전도 문제다. 2012년에 기상청이 발간한 한반도 지진 기록을 보면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지진이 총 2,161회고, 그 중 진도 8~9(규모로는 6.7로 추정)의 강진이 15회 정도였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경주와 포항, 울산 인근에는 무려 1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5기가 건설 중에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이들24기 원전엔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다시 더 강력한 지진에 노출될지 알 수 없기에 참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작년 규모 5.8의 경주 지진 발생 후 진앙지가 월성원전에서 28㎞ 떨어진 지점이라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들은 그 사실을 너무 쉽게 잊어버렸다. 이번처럼 또 지진이 발생하면 그제야 다시 원전 안전을 염려하지만 또다시 잊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안전은 안전할 때 지켜야 한다. 원전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단 한 번의 사고라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4기는 신고리 3호기를 제외하면 모두 규모 6.5까지만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기존 원전의 내진 성능을 7.0까지 강화한다고 하지만 이미 지어진 구조물의 내진 성능이 정말 안전하게 보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설계와 실제 성능은 다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망치와 환형 구멍이 발견된 한빛4호기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공과 관리 부실은 또 다른 암초다. 충분한 안전 여력을 확보할 수 없다면 설계수명 이전 폐쇄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사고가 난 후는 이미 늦다.

인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며, 자연환경에 대한 외경과 공포를 극복 하면서 진보해왔다. 바로 과학기술의 발달과 문명이라는 자체가 그 자연재해를 예견하고 그것을 방비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은 알성 싶다.

재앙이 번연히 보이는데도 지금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혹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덮어두거나 도외시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 다른 재앙을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지진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게 위로와 함께 빠른 원상회복을 기원하며 일선에서 피해복구와 이재민 관리등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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