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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간 갈등으로 보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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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간 갈등으로 보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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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11.2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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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이어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의 석방을 결정한 데 이어 25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영장까지 기각했다. 검찰은 공식적으로 격한 반응은 자제하고 짤막한 입장을 내놓았지만 속으로는 수사 차질을 우려하며 부글거리는 모양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정치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임 전 실장의 구속적부심을 연 뒤 "일부 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 등의 이유로 보석(보증금 조건을 내건 석방)을 결정했다. 앞서 김관진 전 장관도 22일 같은 재판부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받아 자유의 몸이 됐다. 김 전 장관 석방 결정 때는 검찰이 "법원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장문의 반박 입장을 냈지만, 이번에는 '할 말을 잃었다'라는 분위기다.


검찰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원은 25일 새벽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 전 정무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범행관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전 전 수석의 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은 충격에 휩싸였다. 검찰은 법원 결정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보강 수사를 해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라며 짧지만 강경한 어조의 입장을 밝혔다. 뇌물 의혹 수사로 권부의 핵심에 있던 현직 정무수석을 물러나게 한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 아니었느냐'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인 셈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법원도 정치권 일각과 네티즌의 험구로 곤욕을 치렀다. 김 전 장관과 임 전 실장의 적부심을 담당한 신 수석부장판사는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터무니없는 비난과 인신공격을 받았다. 많은 네티즌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험담을 퍼부었고 몇몇 여권 정치인도 가세했다. 일각에선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된 피의자를 불과 열흘 상간에 법원이 다시 풀어줄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신 구속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 심사와 구속 적부심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영장 심사는 전담판사 개인이 하지만 적부심은 판사 3인으로 구성된 형사합의부가 맡는다. 구속 적부심은 피의자 인권보호를 강화한 제도이기도 하다. 영장전담판사보다 높은 수준의 숙려가 기대되는 형사재판부의 판단을 다시 받아본다는 점에서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적부심에서 석방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문제 삼는다면 삼심제로 돼 있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의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작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검찰의 지나친 구속수사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구속=유죄' 또는 '구속=처벌'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팽배해 있다. 법원이 적부심을 통해 피의자를 석방하는 것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라는 뜻일 뿐이다. '구속=유죄'나 '불구속=무죄'나 성립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런 인식의 저변에서는, 피의자를 구속해 조사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검찰의 '수사 편의주의'도 한몫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엄연히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인신 구속은 피의자의 자기 방어권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 최근 '적폐수사'를 보면 피의자 조사도 이뤄지기 전에 피의사실이 유포된 사례가 적지 않은데 대부분 구속수사 관행과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피의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 영장 발부에 유리한 기류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여론재판을 조장하는 인권침해이자 불법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검찰은 무리한 구속수사를 지양했으면 한다. 대신 실증적인 수사기법 개발과 법리 연구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끌어내는 데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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