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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지역 개발붐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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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지역 개발붐에 대한 단상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12.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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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요즘 동서고속화철도 확정과 서울-양양간 고속도로 개통 후 국내 관광 일번지로 일컬어지는 강원 속초시가 변모하고 있다.

근래에 불어닥친 속초 부동산 붐이 시내 일원으로 확산되면서 자연이 훼손되고 공동체 공감대가 쇠퇴하자 주민들은 얻는 것보다 못지않은 상실감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늘어나는 고층 빌딩으로 인해 식수난과 주차난을 비롯해 일조권, 조망권, 무분별한 개발로 들쭉날쭉한 도심의 스카이라인으로 속초다움이 사라지고 있어 걱정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변에 설악산이 있고 청정 동해안 바다가 있는 풍광이 좋아서 속초를 즐겨 찾는 국내 관광객들도 고층아파트 건립이 늘어만 가고 있는 국내 관광 일번지 속초의 모습을 보고는 “속초답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한다.

속초의 변화가 마음속에 그리는 이상적(理想的)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인 듯하다. 속초시의 인구는 현재 8만명이 조금 넘고 있다.

2002년 속초시의 인구는 9만명을 상회 후 점차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다가 요즘 개발심리에 힘입어 하락세를 보이던 인구수는 수 백명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물론 늘어나는 고층 아파트에 비해 인구수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속초는 수도권 사람들의 세컨하우스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정착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속초의 인구가 최근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기가 많이 태어나서가 아니다. 이주민들이 조금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구가 증가하면 주택이 늘어나야 하고 길도 많아져야 해 주차난도 해소와 속초시가 수십년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갈수기 식수난도 해결해야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속초가 속초답지 않다는 주민이나 관광객의 불만 대상은 아마도 바닷가의 난개발과 설악산 등 동해안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새로 생기는 고층건물에 가로막혀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쉬움의 표출이다.

물론 속초시는 고층아파트 인,허가가 들어오면 법에 따라 적법하게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어 사실상 고층건물 건립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으로 요즘 인.허가를 둘러싸고 시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은 자주 주민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내가 만난 관광객들과 주민들의 불평은 무척 상징적이었다.  “불과 2년전에는 보였던 설악산이 올해 보이지 않고, 수년전에 보였던 바다가 이제는 점점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고층건물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며 설악산과 바다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속초의 스카이라인이 보기 흉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고층아파트와 호텔, 주상복합건물 등이 늘어나면서 갈수기 식수난을 겪고 있는 속초시는 식수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내는 주차공간이 부족해 시내곳곳이 자동차 야적장처럼 변하고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뻔한데도 개발속도에 비해 불거질 문제점은 늘 뒷전에 밀리고 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속초의 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정서는 이율배반적이다.

식수난의 가속화와 조망권이 침해, 주차하기 힘들고 쓰레기 등 생활의 불편은 싫어하면서도 부동산가격의 상승에 따른 재산권 행사 욕구는 더 적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땅을 가진 주민들은 자본가와 결탁해 빌딩의 고도제한을 풀고 싶어 한다. 이런 이율배반적 행태는 어디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주민만을 나무랄 일은 아니라고 본다.

중앙정부의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가 20층짜리 아파트를 올리고 그 가격이 치솟는 것을 본 주민들이 동등하게 허가해 달라는 건 정상적인 요구다.

문제는 규제완화에 대한 고민 없이 야금야금 풀어주는 행정 당국자들이다. 설악산과 동해바다, 호수, 온천 등 속초는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도시다.

이런 특징이 속초가 서울 등 대도시 관광객들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일 듯싶다.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도시 속초를 바라보는 관광객과 주민들은 여기서 속초다움이 상실되고 있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하지만 도시는 변화가 그 속성이다. 산업이 달라지고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 도시의 모습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속초답다’라는 말은 옛날 모습을 그대로 지키며 살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도시는 자연환경 위에 세워지는 것이므로 자연과 도시 건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이에 맞게 형성된 주민의 생활이 쾌적하게 되는 것이 ‘답다’라는 뜻에 부합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속초는 투기자본, 개발업자, 현지 건설업자의 욕구가 어우러져 난개발이 확산되는 것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속초다운 도시를 만들겠다는 고민과 철학을 갖고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속초시는 고소득 일자리 창출 없이 부동산 거품 위에 팽창하고 있다.

강원 속초지역 주민들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바다와 설악산, 호수 등이 동시에 시원히 보이는 동네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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