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두뇌유출' 애국심만으로 붙잡기 어렵다
상태바
'두뇌유출' 애국심만으로 붙잡기 어렵다
  • .
  • 승인 2017.12.20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전문 기술인력들이 최근 미국과 중국 기업으로 잇따라 이직하면서 이른바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두뇌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R&D(연구개발) 센터에서 근무하던 윤모 수석연구원(부장급)이 지난 6월말 사표를 낸 뒤 7월말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업체인 아마존으로 직장을 옮겼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전자공학과에서 유학한 윤씨는 삼성전자 디자인기술팀, 메모리 마케팅팀 등에서 근무했으며, 아마존에서는 시니어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원 자리를 맡았다.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현재 아마존에서 컨벡스 최적화 및 딥러닝 부문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량몽송(梁孟松)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지난달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출신인 량 전 부사장은 지난 2011년 대만국립칭화대 교수로 재직하다 삼성전자에 영입됐으며, 이번에 중국 경쟁업체로 다시 이직하면서 '기술유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최근 대규모 투자에 나선 중국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업체의 연구원과 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중국 업체들은 국내 배터리 분야 연봉 수준이 석유화학 등 다른 분야보다 적은 점을 노려 고액 연봉을 내세워 인력 '빼내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국내 인력을 접촉하는 중국 업체들은 대리·과장급이면 많게는 1억원, 10년 이상 부장급은 2억원 이상 우리 업체보다 많은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는 최근 광둥(廣東)성 선전(深천<土+川>)에서 근무할 한국 배터리 인력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면서 연봉 외에 성과급, 연말 보너스, 관용차 보조금,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까지 지원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고급 기술인력의 해외 유출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지면서 이러다가 국내 주요 산업의 혁신 인재가 고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재 유출도 문제지만 핵심 기술이 함께 새나가는 것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외국 기업들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분야에 특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리 스스로 경계심을 갖지 않으면 이들 분야의 선두자리도 수년 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있다. 고급 기술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 처우와 근무 환경, 기업 문화 등에서 기인한 듯하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달 발표한 '2017 세계 인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 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39위였다. 지난해보다 1단계, 2015년보다는 7단계 떨어진 것이다. 한국은 특히 '자국 인재를 유지하고 해외 인재를 유인하는 능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 기술인력을 애국심으로 붙잡기는 이제 어렵다고 봐야 한다. 성과에 대해 확실히 보상하고, 평가체계나 근무 환경에서 낙후된 점은 과감히 개선해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R&amp;D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학교·연구소 간의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 우수 인력이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기술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시대적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이나 혁신성장도 우수 인재 확보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