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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보뢰(亡牛補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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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보뢰(亡牛補牢)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7.12.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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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사자성어로 ‘망우보뢰’다. 초등 선생님이 뽑은 남다른 속담 중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내용의 ‘진작 고쳐놓을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 옛적 어느 시골마을에 무척 게으른 농부가 커다란 암소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 농부는 평소 아침 해가 뜬 뒤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나곤 했다.

농부의 외양간에 있던 암소는 농부에게 아주 소중한 재산이었다. 소가 있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새끼를 낳으면 큰돈도 벌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부는 매일 먹이를 주고 돌보는 일은 귀찮기만 한 일이었다.
 
어느 날 이 암소가 밥 때가 지나자 ‘음메, 음메’ 하며 서럽게 울어대며 외양간을 들이받았다. 이를 본 농부와 아내는 그제 서야 마지못해 꿈지럭 꿈지럭 자리에서 일어나 외양간을 살펴보았다.
 
오래된 외양간의 기둥은 갈라지고, 문은 기울어져 삐거덕거리는 등 고칠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게으른 농부는 외양간을 고치려면 나무도 있어야 하고 망치와 대패가 필요하자 “에이, 내일 고치지 뭐”하고 돌아섰다.

그런데 마침 그날 밤 천둥 번개와 함께 거센 비가 쏟아졌다. 이 때 농부의 아내가 “좀 나가봐요. 저러다 외양간 부서지겠어요”라며, 나가볼 것을 재촉했으나 농부는 이불을 뒤집어 쓴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느지막이 소에게 여물을 주러 나간 아내가 펄쩍펄쩍 뛰며 소리쳤다. “아이고, 소가 없어졌네! 여보, 나와봐요! 소가 도망을 갔어요!”
 
농부가 깜짝 놀라 달려 나가 보니 외양간은 텅 비어 있었고, 소를 묶어놓았던 기둥은 부러졌으며, 문은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농부와 아내는 온종일 잃어버린 소를 찾아 사방팔방 돌아다녔다. 하지만 뛰쳐나간 소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고, 진작 고쳐둘걸” 농부가 빈 외양간을 바라보며 후회했다. 그러다가 주섬주섬 나무와 연장을 챙겨 소 없는 외양간을 손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마을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양간은 뭐 하러 거치는 것야?” “그러게, 소를 잃고 난 뒤에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라고! 쯧쯧”
 
일이 이미 다 틀어진 뒤에 때 늦게 손을 써봐야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는 내용이다.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뜻의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 중국의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오는 얘기다.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초(楚)나라 때 장신이라는 충신이 평소 주색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던 양왕에게 간신을 물리치고 충신의 말을 받아들일 것과 사치를 일삼지 말고 정사에만 전념해 훌륭한 군주가 되어 줄 것을 간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왕은 장신의 간언은 듣지 않고, 사치와 방탕으로 국정을 게을리 해 결국 나라가 망할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장신을 불렀다.
 
왕은 “과인이 애당초 그대의 말을 들었다면 오늘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오, 이제와서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는 줄은 알겠으나 이제라도 좋은 방법이 있으면 알려주오”

이에 장신은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이 일찍이 이런 속담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토끼를 발견하고 나서 머리를 돌이켜 사냥개를 풀어 놓아도 늦지 않을 것이고, 양이 잃은 후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어 “옛날에 탕·무(湯·武)왕이 백리의 땅에서 나라를 일으켰고, 걸·주(傑·紂)왕은 천하를 가지고도 멸망했습니다. 현재 초나라가 비록 작더라도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잇는다면 그래도 수천 리의 땅이 있으니 어찌 탕·무의 백리에 불과한 땅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망양보뢰(亡羊補牢)’는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는 말로, 일을 실패한 뒤에 바로 수습을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인 ‘제천 노블히트니스 스파’에서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3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29명 중 20명이 필로티 구조의 1층 발화 지점과 가장 가까운 2층에 위치한 여성 사우나 시설에서 집중됐다고 한다.
 
건축물 곳곳에 사용된 가연성 물질로 인해 급속히 불길이 확산됐으나 당시 2층에 설치된 비상구는 막혀있었고, 스프링클러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소화기도 비어있었다고 한다.

화재발생 초기에는 스포츠센터 주변에 양방향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신속히 접근하지 못해 초기 진화에 실해하면서 인명피해를 키웠다.

전문가들은 해당 건축물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의정부에서 발생한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발생 시 건축물 내부 층간 방화구획이 미흡했던 피트 공간을 타고 화염이 빠르게 위층으로 확산된 것과 같은 구조라는 것이다. 이번 참사도 역시 인재(人災)다.

우리나라는 내화충전구조 개념이 2006년 6월 초 도입됐지만 그동안 법규정이 미비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가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는 2010년 10월1일 발생한 부산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2012년 건축물 내 방화구획 관통부 규정을 손질했다.

이 조치 후 지어진 건물은 수직이나 수평 내화충전구조를 갖추고 있으나 2011년 지어진 제천 스포츠센터 등은 강화규정에 적용받지 않고 있다.

요즘 여야가 개헌특위 연장을 두고 정면 충돌하면서 당초 22일로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도 무산되면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서로의 탓’만을 주장하며 ‘전국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눈에는 그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으른 농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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