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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복구에 포항곳곳 ‘흉물’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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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딘 복구에 포항곳곳 ‘흉물’ 전락
  • 포항/박희경기자
  • 승인 2018.02.21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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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피해 3만3천여건…금간 아파트 그대로 방치 ‘접근금지’ 조치
잇단 여진에 이재민 다시 ‘대피소’로…1만여명 심리 상담 진행중
흥해체육관 천장 일부 구조물 휘청…市, 365일 지진대비체제 구축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난 규모 5.4 지진으로 건물이 기울고 부서져 주민이 모두 대피한 대성아파트단지가 적막하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을 강타한 5.4 규모의 강진으로 도심 건물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가 난지 100일이 다 되어가고 있으나 복구는 더뎌 일부는 동네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진이 나고 약 석 달 만에 규모 4.6 여진이 발생해 추가 시설 피해를 호소하는 신고가 수만 건에 육박해 도시가 언제쯤 제 모습을 찾을지는 기약할 수 없다.

◆무너지고 금간 아파트 그대로 방치
 포항시에 따르면 규모 5.4 지진이 난 뒤 안전점검, 정밀안전진단, 위험도 평가를 해 주민이 계속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공동주택은 6곳이다. 진앙이 있는 흥해읍에 5곳이 몰려 있고 북구 환호동에 있는 대동빌라가 나머지 1곳이다.
 6곳에 살던 450여 가구는 전세자금 지원 등을 받아 이주를 끝냈으나 건물 철거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단독주택과 달리 주민 동의, 금융 문제 해소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81가구가 산 대동빌라 또한 흥해읍 대성아파트와 상황이 비슷하다.
 건물 외벽 등에서 떨어져 나와 깨진 빨간색 벽돌이 곳곳에 쌓였고 아무도 살지 않는 집 베란다 유리창은 떨어져 나가거나 활짝 열려 있다.
 언제쯤 이 건물을 대신한 새 시설이 들어설지는 지금은 예측할 수 없다.
 반면 완파 등 피해가 나 거주·출입을 금지하는 위험 판정을 받은 단독주택 87곳은 최근 시 지원으로 철거를 완료했다.
 포항시는 “단독주택과 달리 공동주택은 주민 개개인 동의가 있어야 철거할 수 있다”며 “담보대출 등 여러 문제도 얽혀 있어 시가 자칫 철거에 나서면 금융기관 등과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주택 철거 문제가 아니더라도 포항 도심을 완전히 복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지진 후 소파(조금 파손), 반파, 전파 등 피해가 난 것으로 확정이 난 개인시설은 3만 3324건, 학교 등 공공시설은 321건이다. 피해액만 672억 원에 이른다. 인명피해는 78명으로 아직 3명이 입원 치료 중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11일 일어난 강한 여진에 따른 시설 피해 신고도 폭증하고 있다. 20일 오후까지 읍·면·동 별로 접수한 신고 건수는 2만 3000건에 육박한다. 부상 등 인명피해 신고는 40건이다. 오는 28일까지 추가 신고를 받을 예정이라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민 다시 대피소로…9000명 심리 상담받아
 지난해 지진 이후 한숨 돌린 이재민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집으로 돌아가 300명 선까지 준 흥해체육관 대피소에는 지난 11일 4.6 여진에 다시 400명으로 늘었다.
 집에서는 불안해 도저히 못 있겠다는 이재민으로 흥해체육관에는 184가구 392명이 머물고 있다. 3가구(9명)는 포항 시내 모텔에서 생활한다.
 시는 이 때문에 체육관 안에 텐트 60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석 달이 넘는 대피소 생활을 하는 이재민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
 마냥 비워 놓을 수도 없어 한 번씩 집을 둘러본 뒤 다시 대피소로 오고 낮에는 생업을 위해 나왔다가 밤이 되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피소에서 잠을 자는 고단한 생활을 되풀이한다.
 지난해 지진 이후 흥해체육관에 마련한 심리상담치료센터에서는 지난 10일까지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시민 8840명이 심리상담을 받았다. 4.6 여진 이후에도 176명이 찾았고 전화상담도 잇따르고 있다.
 일반병원을 찾은 시민을 포함하면 상담을 받은 사람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포항시는 추산한다.
 
◆대피소 흥해체육관 안전 불안…이주대상 95% 이사
 이번 강한 여진으로 대피소 안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5.4 지진 이후 이재민 대피소로 쓰는 흥해체육관이 4.6 여진으로 천장 일부 구조물이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흥해체육관은 연면적 2780여㎡인 2층 건물로 2003년 4월 준공했다. 당시 ‘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만㎡ 이상’인 내진 설계 의무 기준에 못 미쳐 당연히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작년 강진이 발생한 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가 벌인 두 차례 안전점검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4.6 여진에는 건물 옥상 외벽 패널이 불량하고 내부 천장을 받쳐주는 철제 구조물 일부가 휘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포항시는 사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이재민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안전진단과 보강공사를 하기로 했으나 이재민이 반대해 난감해졌다.
 시는 이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체육관 천장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치우고 조명등을 비롯한 위험요소를 이른 시일 안에 없앤 뒤 현 상태에서 안전점검을 해 이재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해 지진 복구 등 수습도 중요하나 앞으로 더 큰 지진이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의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365일 상시 지진대비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재난극복 역사를 쓴다는 각오로 지진대응 매뉴얼을 마련하고 생존키트 보급 등으로 시민이 피부로 느끼고 안심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진피해수습단을 중심으로 3월 중으로 상시 지진대비 체제 구축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시민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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