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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창올림픽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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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창올림픽이 남긴 것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8.03.01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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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성화는 꺼졌다. 역대 동계올림픽 중 가장 멋진 올림픽이었다는 평가가 꽤 많다.한국은 6위인가 7위인가?” 하는 퀴즈가 요즘 한창 유행이다.금메달 5개로 총메달 17개인 한국은 금메달 순위로 종합순위 7위이지만 전체메달 순으로는 종합 6위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이 획득한 메달수는 역대 최다 메달 획득으로 금메달 6개 총메달 14개로 종합 5위였던 2010년 밴쿠버의 랭킹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금메달 3개 총 메달 8개로 종합 13위였던 2014년 소치때 보다는 압도적으로 상승한 랭킹을 보여 주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세계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번 대회는 삼수 만에 유치해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김일성 일가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미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한이 화제를 모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스포츠 이벤트로 남과 북이 하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줬다. 올림픽의 이념인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충실했다.

보름 넘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누려 행복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큰 행사를 무사히 치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한계를 넘나들며 땀과 열정을 쏟아낸 선수들이 고맙다. 인간의 정제(精製)된 본능을 목격하게 한 것도 감사하고, 또 목표를 향해 기꺼이 고통과 마주하는 감동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참으로 고맙다. 모든 것이 4차 산업혁명으로 몰리면서, 인간의 가치와 존재가 점차 쪼그라지는 세태라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했다. 감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고, 또 예단해서도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동계올림픽은 선수마다에, 경기마다에 나름의 각본이 있는 듯했다. ‘짜고 친 고스톱’이란 얘기는 결코 아니다. 결과만 보는 것에서 벗어나, 시작과 과정, 결과를 함께 곱씹는 개인적인 관람방식의 변화이기도 하다. 비단 기자뿐 아니 이제 많은 사람들도 등수만 따지는 데서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승자에게는 물론 꼴찌에게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유는, 선수가 수년간 갈고닦은 능력과 기술을 아낌없이 쏟아붓기 때문이다. 1등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1등을 향한 도전의 시작과 그 과정을 떠올린다면 결과는 단지 결과일 뿐이다. 누군가의 인생이 풍요롭거나 폼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과 같이해 보지도 않고 ‘패배자’라고 말할 수 없듯, 선수 모두는 영웅이었다.
 
이번 올림픽은 많은 드라마를 만들었다. 희극, 비극, 휴먼, 판타지, 미스터리에 막장까지. 이제 이들 드라마는 종영(終映)됐지만, 언제 어디서 형태를 달리해 우리 삶에 투영될지도 모른다. 어떤 시나리오를 집어들고 연기를 해야 할지의 결정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다행인 것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확인이 됐다는 것이다. 세상의 눈과 입은 이제 정의롭고도 예리하다. 1등만을 위한 삶을 살 것인가, 1등을 향하지만 주변과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인가. 인생을 빛나게 할 참된 승리는 무엇일까. 당신은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싶은가.

메달과 인기라는 당장 눈앞의 계산법을 잣대로 차별과 소외를 작동하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 이번 올림픽은 자신의 계를 넘어선 선수 모두에게 경의를 보낸, 그리고 과정을 주목하는 새로운 가치관이 정착된 대회로 기억되길 기대해본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스포츠를 통해 국민과 정치권에 이런 공감이 확산될 수 있다면 다행이겠고. 이것이 곧 올림픽 정신인 동시에 우리가 그토록 열망해온 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이 아니던가.

메달로 선수의 서열과 가치 전부를 매길 수는 없다. 대중의 관심이 있고 없고가 경기 종목의 우열을 나타내지도 않듯이. 국가대표의 광채가 빛나는 올림픽이라면 더 그렇다. 태극마크 선수들이 평창에 오기까지 쏟은 땀과 눈물은 메달권이든 아니든 똑같이 짜다. 무관(無冠)의 선수들, 비주류의 노력에도 합당한 평가와 갈채를 보내야 마땅하다.

이제 한국은 스포츠 강국인 것이 틀림없다. 경제순위 12위, 무역순위 8위인 한국은 이제 동계 하계 스포츠마저 10위권에 들면서 명실공히 세계 10위권의 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여정에서 강소국 경제는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경제, 사회, 정치, 과학, 교육 등의 시스템을 잘 연구하여 계속 한국의 발전을 위해 참고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평화 외에 당초 대회 준비단계부터 내걸었던 슬로건인 ‘저탄소 그린올림픽’이라는 사실이 부각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159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상쇄, 최종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최종 보고서는 올 4월에 나오기 때문에 목표 달성 여부는 알 수 없지만 5가지 온실가스 감축 전략(저탄소 시설 건설, 저탄소 수송시스템 구축, 저탄소 인증제품 구매, 폐기물 발생 최소화, 풍력발전 에너지 사용)은 상당 부분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올림픽을 위해 신설된 강릉 아이스 아레나, 관동 하키 센터 등 6개 신규 설상·빙상 경기장은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지열을 이용해 난방용수를 공급했다. 올림픽에 필요한 전력 194MW는 풍력발전으로 조달했다.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고속철도는 탄소배출량이 승용차 대비 8분의 1에 불과, 42만명의 관중이 이용했다면 6654톤가량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일대에서 관중 수송을 위해 동원된 셔틀버스는 상당수가 경유차였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올림픽 운영인력이 이용했을 뿐 일반인이 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준비되지 못 했다.

수소차 강국 일본이 개최하는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수소버스가 대거 등장하고, 전기차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는 중국이 개최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전기버스가 대거 운영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무엇을 했나’라는 지적이 제기될 것이다.

1994년에 개최된 릴레함메르(노르웨이) 동계올림픽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산속에 동굴을 파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짓고 포크·접시 등의 일회용품조차 전분으로 만들어 미생물에 분해되도록 고안했다. 스키점프대를 세우며 생긴 화강암 쓰레기를 기념품을 만들어 파는 재치를 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계추를 돌릴 수 없다면 이제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철저한 사후 처리와 냉정한 반성이다. 또 다른 글로벌 이벤트가 한국에서 열릴 때 반영할 수 있도록 무엇이 부족했고 개선되어야 할 지 공유하고 토론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최고의 올림픽’으로 기억되기 위해선 대회 유치·운영 만큼이나 사후활용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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