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헌재 '낙태논란' 지혜로운 결정해야
상태바
헌재 '낙태논란' 지혜로운 결정해야
  • .
  • 승인 2018.08.30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고 수술한 의사의 자격을 1개월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지난 17일 공포한 데 대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저출산의 가혹한 현실을 마다하지 않고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며 밤을 새우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도덕적인 의사로 지탄을 받을 이유는 없다"며 "입법 미비 법안을 앞세워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고집 앞에서 1개월 자격정지의 가혹한 처벌을 당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행정규칙 개정의 근거가 된 모자보건법 제14조는 1973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유전학적 장애나 전염성 질환은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있는 모체 질환이라는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면서 무뇌아 등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에 대해서는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며 해당 임신부에게는 가혹한 입법미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임신중절수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불법 인공임신중절의 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오히려 임신중절수술의 음성화를 조장해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임신중절수술에 대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당장의 입법 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주장한 내용은 사실과 조금 달라 국민적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들은 낙태수술과 관련해 정부가 여성과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고 주장했지만,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1개월 자격정지 처분은 종전 그대로다. 새 행정규칙은 진료 중 성범죄, 무허가 의약품 사용 등 비도덕적인 진료행위의 유형을 구체화하고 그 처분 기준을 강화했지만, 낙태 시술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은 그대로 뒀다는 것이 복지부 설명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낙태 시술 의사 처벌을 아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머쓱하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성폭행, 근친상간, 유전학적 질환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낙태수술이 허용될 뿐이다. 이를 어기면 낙태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는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낙태 시술 중 90%가량이 사회·경제적 이유로 불법적으로 행해진다고 하니 이 같은 처벌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된 셈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가지만,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렇다고 낙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낙태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해야 할 가치로 보느냐에 따라 찬반이 갈린다. 두 가치 모두 존중돼야 할 것들이기에 한쪽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다. 헌재는 현재 낙태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토록 한 형법이 위헌적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지난 5월 24일엔 공개변론까지 해 '결정 선고가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낳았다. 최대한 빠른시간내에 지혜로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