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속옷 벗겨 ‘수치심’ 줘
사건 그후…중학생 추락사 <上>
“이렇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14살 중학생은 15층 아파트 옥상 난간을 붙잡고 매달렸다. 1시간 넘게 또래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직후였다. 잠시 뒤 그는 난간을 붙잡고 있던 두 손을 스스로 놓았다.
‘쿵’하는 소리를 들은 아파트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고, 피해자와 옥상에 함께 있던 A군(14)과 B양(16) 등 남녀 중학생 4명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도망가면 더 의심받을지 모르니, 자살하기 위해 뛰어내린 것으로 하자”
A군 등 가해 학생 4명은 집단폭행은 숨기고, 피해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말을 맞췄다.
그러나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붙잡힌 10대들은 하나둘 사실을 실토하기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4명 중 2명이 먼저 폭행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나머지 2명은 반성하는 태도 없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결국 사실관계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숨진 중학생 C군(14)은 올 11월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시 연수구 15층 규모의 아파트 옥상에서 A군 등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C군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에 대해 험담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A군 등은 사건 발생 당일 새벽 혼내주려고 C군이 있던 PC방을 찾아갔다가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듣자 더 격분했다.
피해자를 공원 3곳에 데리고 다니며 1차 집단폭행을 했다. C군은 14만 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겼고, 코피를 심하게 흘릴 정도로 맞다가 현장에서 도망쳤다. A군 등은 C군이 입고 있던 패딩점퍼에 피가 묻자 벗으라고 한 뒤 불에 태우기까지 했다.
C군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말에 10시간가량 지난 당일 오후 가해자들을 다시 만났고, 아파트 옥상에서 2차 집단폭행을 당한 뒤 견디다 못해 추락사했다.
이들은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폭행을 하며, C군의 온몸에 침을 뱉었다. 바지와 속옷을 모두 벗게 해 심한 수치심도 줬다. 가해자 4명에 포함된 한 여학생도 지켜보던 상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집단폭행뿐만 아니라, 심한 수치심을 준 게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