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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회복 해법 마련 착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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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회복 해법 마련 착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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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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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5시께 JR동일본철도 관할의 도쿄 신오쿠보(新大久)역에서 한 의인(義人)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18년 전인 2001년 이날 오후 7시 15분께 바로 이 역에서 일본인들 사이에 의인으로 불리게 된 한국인 유학생이 숨졌다. 당시 고려대생으로 도쿄 아카몬카이(赤門會) 일본어학교에서 공부하던 이수현씨(당시 26)다. 그는 신오쿠보역 앞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려고 신오쿠보역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선로로 추락한 술 취한 일본인을 보게 됐다. 일본 유학길에 오른 이유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교역과 문화교류에서 확실한 일인자가 되고자 한다'는 목표를 밝혔다는 그는 금방 목숨을 잃을 위기에 놓인 일본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다.


다른 일본인이 함께 구하기에 나섰지만 불행하게도 전동차는 이미 승강장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이 모두 숨진 이 사고가 당시 일본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역사적으로 갈등의 뿌리가 깊은 한국인이 일본인을 구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카몬카이 일본어학교에서 열린 당시 추도식에 일본 정계를 이끌던 모리 요시로 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을 비롯한 1000명 넘는 일본인이 참석해 양국 간 가교역할을 한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고인의 살신성인 희생정신이 한일 양국 국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고인은 많은 일본인의 마음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 무엇보다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성금으로 고인의 이름을 딴 LSH 아시아장학회가 출범해 운영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주로 일본에서 유학 중인 18개국의 844명에게 장학금이 돌아갔다고 한다. 또 2006년에는 하나도 준지 일본인 감독이 '의인 이수현'을 소재로 한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의인 이수현' 영향이 더해지면서 일본에서 한류 바람이 불어 신오쿠보 지역은 신주쿠와 더불어 한류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헌화식으로 진행된 추모 행사는 조촐했지만 엄숙하게 치러졌다.


한일 양국은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 발전의 중요성에 의견일치를 본 20년 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되돌아볼 때다. 우선 일본은 더 이상의 갈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일본 방위상이 자국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대한 우리 군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초계기가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감시활동을 계속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일본이 감정적이고 자극적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갈등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레이더 조사와 초계기 위협 비행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안보당국 간의 더 밀도 있는 협의가 절실하다. 양국 안보당국은 즉각 협의를 재개해야 한다.


동시에 외교당국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된 대법원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 등 갈등의 요인이 돼 온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해법 마련 협의에 착수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판결 이후 관련 부처가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다. 정부는 너무 늦지 않게 그 해법을 내놓고 일본과 교섭을 벌여 나가기 바란다. 대전제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의 치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직시가 출발점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이유가 없다. 지금의 한일관계가 자칫 양국 국민 간의 감정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 책임이 양국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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