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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국 무시 전략 잃는게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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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국 무시 전략 잃는게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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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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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중국·북한과는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가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위협비행과 레이더' 갈등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내정과 외교에 대한 기본 방침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사실상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대북한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잠깐 등장한다.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한다"는 부분이다.


중동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외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까지 언급하면서도 정작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을 다문 것이다. 이번 시정연설은 모두 1만2천800자나 됐다. 2007년 제1차 아베 정권을 포함해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 중 가장 길었으며 1989년 지금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 출범 이후 3번째로 길었다.' 아베 총리는 2017년까지는 매년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가 작년 처음 이 표현을 삭제했다. 작년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런 표현을 빼면서도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언급했지만, 올해는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시정연설과 비교할 때 올해 남·북한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대조적이다.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토록 해야 한다"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던 것과 천양지차이다.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 협상 국면으로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를 홀로 거부하다가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대북 정책 변화를 불가피하게 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연설도 '의도적 홀대'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예 '무시' 전략으로 임했다. '종군 위안부' 문제로 갈등하던 지난해 연설에서는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과는 양국 간 국제 약속,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하겠다"고 원론적 언급이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한일 군사충돌 우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침묵'은 계산된 것이다. 화해 무드로 대응하자니 일본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비판 기조로 언급하자니 외교적 부담을 자초할 것 같아 의도적인 '한국 외면'을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한일관계에 대한 과거 회귀적, 우익적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는 한 북일 관계 정상화라는 목표에 다다르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제 식민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 북일 수교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또 북일 수교는 한반도의 분단체제 종식과 더불어 동북아 평화 공동체 질서를 향한 관문이기도 하다. 유럽에서 2차 대전 전후 유럽연합(EU)에 이르는 공동체 질서가 구축된 데는 가해자인 독일의 그치지 않은 과거사 반성과 행동이 밑바탕이 됐다. 일본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과 군사 대국화 움직임에서 비롯되는 한일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일 수교의 길도 험로일 것이다. 아베 총리는 북일 수교를 거론하면서 "동북아를 정말로 안정된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의 발상에 사로잡히지 않는 새 시대의 근린외교를 힘차게 펼치겠다"고 말했지만,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아베 총리는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서 평화 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떤 건설적 역할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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