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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마저…숨쉬는 것 조차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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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마저…숨쉬는 것 조차 힘들다
  • 제주 곽병오기자 / 김윤미기자
  • 승인 2019.03.05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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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이도동 ‘나쁨’ 기준 2배이상 치솟기도
‘미세먼지도 사회재난’ 법제화 초읽기

 청정 제주에 사상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5일 아침 회색빛 먼지층이 제주 도심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제주 어디서든 볼 수 있었던 한라산은 희뿌연 먼지로 인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5일 오전 8시 현재 제주권역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69㎍/㎥, 미세먼지(PM10) 농도는 평균 107㎍/㎥로, ‘나쁨’ 기준(초미세먼지 36㎍/㎥ 이상, 미세먼지 81㎍/㎥ 이상)을 훌쩍 넘어섰다. 제주시 이도동의 경우 4일 자정을 기해 초미세먼지 128㎍/㎥, 미세먼지 171㎍/㎥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4시(16시간)까지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0㎍/㎥를 초과하고 다음 날(24시간)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0㎍/㎥를 넘을 것으로 예보될 때 발령된다.


 사상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음에도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도민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등굣길에 오른 학생 중 상당수도 마스크 없이 무방비 상태로 학교로 향했다.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와 제주도청, 제주시청 출입구에는 차량2부제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졌다. 제주도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이날 처음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 도내 모든 행정·공공기관에서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일선 공무원들과 제주대학교, 제주대 병원 등 공공기관 직원들은 전날 오후 늦게 첫 미세먼지 저감조치 공지를 받고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한 공무원은 “바쁜 일과시간을 마무리할 때쯤 관련 공지를 받아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며 “나중에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나서야 행동요령을 숙지했다”고 털어놨다. 이날 일부 공공기관에는 차량번호 끝자리가 홀수 차량만 운행이 가능함에도 몇몇 짝수 번호 차량이 눈에 띄기도 했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청정지대라 생각했던 제주에서도 미세먼지의 공습을 받자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관광객 김모 씨(41)는 “제주도에 와서도 미세먼지로 곤욕을 치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마지막 보루, 둑이 무너진 기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가 조만간 ‘재난’으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가 재난으로 인정되면 구체적인 피해 기준 마련과 지원 등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국회에 가 있고, 이번에 국회가 공전하지 않는다면 법안 자체는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회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지난해 4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재난’의 정의규정에 미세먼지가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이 법에 따른 안전관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해 국민의 건강권, 생명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난달 21일 강효상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도 사회재난의 정의에 발전소, 사업장, 차량 등의 인위적 배출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명시하도록 법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갈수록 짙어지고 ‘매우 나쁨’ 예보가 늘어나 국민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이고 여야가 나란히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한 만큼 미세먼지를 하나의 재난으로 보는 법률 개정 자체에는 큰 난관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미세먼지가 법적 재난으로 규정되면 정부의 비상저감조치 이행 합동점검 강화, 비상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가동 등이 법적으로 뒷받침된다. 다만 미세먼지 피해자에게 구호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 피해의 기준을 설정하는 작업은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다.

   특히 미세먼지는 그 현상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진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기준 설정이 더딜 수 있다. 가령 호흡기 환자의 경우 기존 질환 영향인지, 미세먼지에 의해 더 악화했는지 등을 엄밀하게 따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폭염도 직접적 피해만 지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미세먼지의 직접적 피해가 무엇인지 규정해야 하고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하며 피해를 집계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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