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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는 정부 지원…복구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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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 없는 정부 지원…복구 막막
  • 지방종합/ 김영탁·윤택훈·박승호기자
  • 승인 2019.04.08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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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소실 주택 복구비 최대 1300만원
융자 6천만원 받아도 고스란히 빚더미
산불 원인 ‘한전 고압선’ 관리에 헛점

‘강원 산불’  특별재난지역 지정됐지만…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정부 지원이 현실과 동떨어져 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8일 오전 6시 기준 집계한 주택 피해는 고성 335채, 강릉 71채, 속초 60채, 동해 12채 등 478채가 불에 탔다.


 창고 195동, 비닐하우스 21동, 기타 농업시설 60동, 농림축산기계 434대, 축사 61동, 학교 부속시설 9곳, 상가·숙박 등 근린생활시설 54동, 기타 건물 49동, 공공시설 138동, 관람시설 168개, 캠핑리조트 46곳, 가축 4만1520마리도 소실됐다. 이재민은 현재 고성 651명 등 총 829명이 발생했다. 이들은 마을회관, 학교, 경로당, 연수원, 요양원 등에 분산해 머무르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한 피해지역은 지난 6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주민 생계안정 비용 및 복구에 필요한 행정·재정·금융·의료비용 등이 정부 예산으로 지원된다. 정부는 총 복구 비용 중 지방비 부담액의 50∼80%에 대한 국고와 주민 생활안정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피해 주민들이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이 가장 필요한 것은 건축물(주택) 복구지만 국고 지원은 턱없이 부족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재난지역이라 해도 규정상 완전히 소실했더라도 지원금은 가구당 최대 1300만원에 불과하다. 융자를 최대 6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으나 주민 대부분 고령으로 경제활동 여력이 없어 빚을 떠안을 우려가 크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산불피해 당시에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정부 지원을 받았으나 전파 피해 137가구 중 상당수는 수천만원씩 빚을 지고 복구해야 했다.


 집이 불에 탄 이재민들은 주택 복구 시 자부담 부담이 크다며 100% 국비 지원을 바라고 있다. 과거 특별재난지역 선포 사례를 보면 주택 피해 복구비가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 자부담이 20∼30% 달해 이재민들이 집을 지을 엄두를 못 냈거나 빚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7일 열린 최문순 지사와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 시장·군수 회의에서도 쏟아졌다. 이경일 고성군수는 “주민들은 전액 복구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핑크빛으로 비칠 수도 있는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역할을 냉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지사도 “피해 복구가 시작되는데 복구과정이 더 어려운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일은 국가책임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가 국가책임을 분명히 하는 자리가 되겠다”고 언급해 현실적인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일 속초·고성 일대를 잿더미로 만든 이번 산불의 원인이 전신주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한전의 고압선 관리에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 유지보수예산 가운데 설비를 교체하는 연계수선비는 2017년 1조5675억원에서 지난해 1조1470억원으로 4205억원 줄었다. 올해 예산은 9609억원으로 다시 1867억원 줄었다.


 최근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고성 원암리 지역 한 주유소 인근 전봇대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과 맞물려 한전의 설비 관리 부실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전 측은 사흘전 발생한 산불이 전봇대에 설치된 일종의 차단기 역할을 하는 개폐기의 연결전선에 강풍에 날린 나뭇가지 등 이물질이 닿으면서 강한 불꽃이 생겼고 이로 인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동해안과 산악지역 고압선은 매번 대형산불의 원인으로 작용하자 주민들은 한전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04년 3월 산림 180ha를 태우고 38채의 가옥을 전소케한 속초 산불의 원인 역시 속초변전소 인근 고압선에서 발생한 불꽃 때문이었다.


 당시 한전 측은 자체 조사결과, 아크현상으로는 불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강풍에 의해 2500볼트짜리 고압선이 절단되면서 발생한 불꽃이 야산으로 튀어 가연물에 붙어 발화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당시 같은날 오후 발생한 강릉 사천면 산불도 전봇대에 연결돼 있는 전기선이 끊어지면서 땅에 떨어져 불이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듬해인 2005년 4월 발생한 양양 산불 역시 강풍에 쓰러진 소나무가 고압선에 걸쳐지며 스파크에 의해 발화되는 등 고압선에 의한 화재는 매번 동해안을 산불 공포에 떨게 한 주범이었다.


 도내 대형 산불의 원인으로 고압선이 대두되고 있지만 전선 지중화율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도내 송변전선로 지중화율은 1.1%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우 89.6%로,강원도와는 약 80배의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날 오전 9시24분께 강원산불 피해지역에서 재발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해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이날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소방당국은 헬기 등을 동원해 10시18분께 진화를 완료하고 뒷불 감시를 하고 있다. 이 불로 660여㎡가 탔으며 다친 사람은 없었다. 고성 지역에는 현재 초속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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