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정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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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감정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길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06.3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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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니콜라스 레이(Nicholas Ray, 1911~1979)가 1955년 제작한 제임스 딘(James Byron Dean, 1931~1955)이 주연으로 출연한 대표적인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생각난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학교에도 적응을 못해 늘 혼자였던 소년 짐 스타크(제임스 딘)는 새로운 마을로 이사 온 첫 날부터 술을 마시고 경찰서에 잡혀 온다.

짐은 경찰서에서 밤길을 헤매다 잡혀온 소녀 주디와 강아지를 총으로 쏴 죽여 잡혀온 소년 플라토를 만난다. 며칠 후 새 학교에 등교한 짐은 주디 등 10여 명의 친구를 거느린 버즈 일당과 불쾌한 만남이 시작된다.

이후 짐은 버즈 일당과 천문대 견학 장소에서 마주친 뒤 버즈로부터 ‘겁쟁이’라는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버즈가 건네준 주머니칼을 받아들고 일당이 보는 앞에서 버즈와 칼싸움을 벌인다.

그러나 칼싸움에 패한 버즈는 짐에게 “밀러타운 절벽에서 ‘치킨 런(Chicken Run)’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를 승낙한 짐은 이날 밤 약속장소인 밀러타운 절벽으로 승용차를 몰고 버즈 일당을 찾아간다.

출발선에서 벼랑 방향으로 차를 세운 짐과 버즈는 출발에 앞서, 벼랑 끝을 향해 달리다가 먼저 차량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이 ‘겁쟁이’라는 규정을 정한 뒤 버즈의 여친 주디의 수신호와 동시에 출발한다.
 
승용차를 몰고 벼랑 끝을 향해 돌진하던 뒤 짐은 승용차가 추락 직전 문을 열고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으나 버즈는 가죽점퍼의 소매 끈이 차량 문고리에 걸려 빠지지 않자 차량에서 미처 뛰어내리지 못한 채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숨지게 된다.

영화에서 보여준 이 같은 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치킨게임(Chicken game)’의 이론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자동차 게임의 이름으로, 이 게임은 한밤중에 도로의 양쪽에서 두 명의 경쟁자가 자신의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를 뜻하는 속어인 ‘치킨’으로 몰려, 명예롭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된다. 즉,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게임이 바로 치킨게임인 것이다.
 
이 같은 용어는 1950~1970년대 미국과 소련 사이의 극심한 군비경쟁을 꼬집는 용어로 사용되면서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으나 오늘날에는 정치학 뿐 아니라 다양한 극단적인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리킬 때도 인용되고 있다.
 
지난해 5월21일과 올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4차례에 걸쳐 국회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경찰관 폭행과 경찰장비 파손 등을 주도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를 받고 있는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밤 구속됐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촛불정부를 거부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다음 달 총파업을 포함해 대정부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과 정부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개정 추진 등으로 균열이 간 노정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더욱 강한 총파업과 집회 등을 예고한 가운데 이달 중 울산 등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 및 전국단위 노동자대표자회의에 이어 다음 달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민주노총 전 조직의 총파업 투쟁을 이어가며 구속자 석방과 노동 탄압 분쇄를 위해 거대한 투쟁의 흐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고, 수석부위원장이 직무대행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 했겠냐”며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위원장까지 구속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역시 재벌존중, 재벌특혜 사회로 가고자 함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상균 전 위원장이 구속됐을 때 박근혜 정권은 민주노총이 두려움에 떨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며 “현 정부의 판단이 박근혜 정권의 착각과 같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김 위원장 구속과 관련, 보수·진보 진영 간 희비가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은 민노총 주도 폭력 시위 등을 고려할 때 “처벌까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한 반면, 정의당은 “사회적 대화의 포기이자 국제적 망신”이라고 반발했다.
 
정부 여당에서는 민노총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민노총이 법을 어긴 부분은 옹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청와대는 산더미 노동현안에 이 같은 악재까지 겹치면서 내년 총선 전까지 민주노총과의 ‘치킨게임’이 예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로선 노동개혁을 위해 민주노총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여론마저 민주노총을 비난하고 있어 민주노총을 감싸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노동계가 ‘정부가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는 등 노정관계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타협’이라고 한다.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타협을 통해 ‘나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현재 민주노총을 해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정부와 민주노총 간 치킨게임에서 양쪽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결론이 아닌, 국민감정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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