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시속 300km 고속철 4만여명 '입석 탑승'
상태바
시속 300km 고속철 4만여명 '입석 탑승'
  •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 승인 2015.06.09 0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남고속철도 개통 두 달째를 맞아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열차 공급으로 입석 승객이 10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에 입석 이용객이 급증하며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8일 코레일에 따르면 호남선 KTX의 지난 5월 한 달간 총 입석이용객은 4만2176명, 1일 평균 입석이용객은 1361명으로 개통 전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2014년 5월) 총 입석이용객 4252명, 1일 평균 입석이용객 137명에 비해 숫자가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석 대비 입석 승객이 월등히 증가함에 따라 좌석이 아닌 열차 내 통로나 차량 연결 구간으로 몰리는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탑승객의 불편은 물론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용객들 사이에서는 시속 300㎞로 달리는 고속철에 입석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매 주말 KTX를 이용한다는 회사원 이 모씨(37)는 “비싼 값을 내고 KTX를 타는 데 입석 이용객이 많아지면서부터 요금에 비해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입석이 일반석에 비해 15% 요금 할인이 된다지만 이동 내내 서서가야 하는 사람들이나 그 사람들 때문에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일반석 이용객들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시스템같다”고 말했다. 또 “만약 급작스레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열차 내 여기 저기 아무렇게 앉아있거나 서 있는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KTX가 아무리 안전하다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입석 이용객 증가에 따른 대책도 마련해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열차 증편과 입석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코레일 측은 ▲호남선KTX보다 경부선 입석이용률이 많은 점 ▲일본 등 해외서도 입석 사례가 있다는 점 ▲입석판매는 선로용량, 열차투입 총 횟수 등 제한된 상황 속에 이용객 수요 및 편의를 맞추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 등을 강조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입석은 2007년부터 판매 시작했고 기본적으로 입석 판매를 하지 않으면 좋지만 이용객 수요를 맞추기 위한 방법”이라며 “이용하려는 사람은 많고 좌석 수는 한정돼 있는데 입석이 없으면 어떻게든 기차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이 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지하고 있는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공공철도의 교통수송분담률은 10%대 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이용객을 최선으로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KTX는 운행 중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입석을 이용해도 큰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이 주장하는 해외 입석사례에 대한 반론도 높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고속철의 경우 입석을 쓰지 않는다”며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의 고속철 경우 티켓값에 좌석값이 배정돼있기 때문에 반드시 좌석을 예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분명한’ 입석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일본 고속철 신칸센의 경우 입석과 비슷한 ‘자유석’이라는 개념이 있지만, 이는 특정 시간의 열차가 아닌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구간의 열차를 시간 구분 없이 탈 수 있는 티켓이다. 지정석과는 달리, 자유석 전용으로 지정된 열차 차량의 좌석을 이용해야하며 남은 자리가 없을 경우 서서 가야한다. KTX도 자유석을 운영하고 있다. 주중 승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러시아워 시간 대에 판매하고 있으며, 아예 ‘지정좌석 없음’을 전제로 하는 입석은 이와 별개로 판매되고 있다. 서광석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철도시설공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우 좌석 총량, 정원에 맞춰서 티켓을 한정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입석은 없다”며 “열차 통로 등에 서 있지 못하도록 하는 등 안전규정도 있고 이용하는 사람들 인식으로도 그런 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게 대체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입석 판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열차를 더 만들어야 한다”며 “일본 외에 프랑스 독일 등도 좌석 수와 회전율 등을 다 고려해 수요를 예측하고 대응한다. 열차가 모자라다면 계속 준비하고 투입해서 부족함을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사회에 따라 요금체계, 가치관, 관리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KTX의 입석 운영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해외 사례가 있기 때문에 우리도 허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