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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국익 우선으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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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파병 국익 우선으로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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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1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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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9일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한국 정부에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날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국방장관 회담에서 중동지역의 중요성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 필요성을 강조하고 한국 정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한국도 (호르무즈 해협 방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우리 국민과 선박도 (해협을 이용하고) 있으니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공식적이고 명시적인 파병 요청은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미국이 한미간 공식 고위급 채널을 통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거론한 만큼, 사실상의 파병요청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호주와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한국처럼 이 지역 내 이해관계가 있고 물품과 서비스, 에너지가 (이 지역을) 통과하는 나라들이 자국 경제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미국의 공식적인 파병 요청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파병 요청은 동맹국의 요구이니 들어줘야 한다고 단순히 정리할 문제는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 갈등은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두 나라의 대치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개입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갈등이 고조되자 미국이 부랴부랴 사태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우방들에 손을 벌리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청을 그냥 일축할 상황도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내 수입 원유량의 70% 내외가 통과하는 주요 해상로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정경두 장관의 신중한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국방부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염두에 두고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가능성을 상정해 대비할 수 있지만 이란 및 친 이란 국가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종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에스퍼 장관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우리 정부가 재연장 여부를 검토해온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한미일 안보 협력에 기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협정의 유지를 희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또 다른 주요 관심사인 주한 미군 방위비 증액 요구 관련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상당한 규모로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우리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극히 민감한 현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듯 미국은 복수의 현안에서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동맹국이 그럴 수 있냐고 탓할 수만은 없다. 어떤 결정이 최선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여론과 정치권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우리나라는 국익 우선의 틀 안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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