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5 11:52 (화)
성숙한 대응도 필요하다
상태바
성숙한 대응도 필요하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9.08.22 15: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선담당>

한일 간의 경제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며 전국 도심은 촛불로 달궈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선 불매 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제는 촛불집회를 통해 일본의 경제 도발을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반일과 항일을 뛰어넘는 극일을 통해 일본의 도발을 이겨내자는 분위기다.

이순신은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충무공(忠武公)은 왜군과 23번 싸워 23번 다 이겼다. 이순신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일본과 싸워 전승을 거뒀다. 싸우기 전에 철저히 준비했다. 세계 최초로 철갑 거북선을 만들고, 조총보다 사거리가 긴 총통을 거북선에 탑재했다. 군량을 확보하고 진법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순신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바람과 물때를 이용했고, 장수와 병졸이 함께 모여 전략을 세우고, 이길 수 있는 곳에서 싸웠다. 대표적인 전투가 한산대첩과 명량대첩이다. 명량대첩은 13척으로 왜선 133척을 맞아 대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반일(克日)운동이 거세다.
 
 `노 재팬`운동이다. 온ㆍ오프라인을 통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에 확산하고 있다. 노노재팬 사이트를 통한 불매운동도 확산하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며 온 나라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들끓고 있다.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도 연일 반일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학생들도 동참하고 있다.

일본으로 국제교류를 떠나려던 학교와 교육단체가 교류를 중단하고, 민간단체 교류도 중단사태에 이르고 있다. 한국 관광객이 가장 즐겨 찾는 대마도는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겨 상가가 문을 닫는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에 한국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
 
세계는 이미 무기를 통해 물리적으로 대립하는 전쟁의 시대는 지났다. 현대는 무역과 환율을 무기로 하는 경제전쟁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G1을 두고 두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경제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위 대국이라는 나라들의 무역전쟁으로 수출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역사의 뉘우침이 없는 일본은 강제징용 판결을 빌미로 경제보복, 경제전쟁을 일으켰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구미 열강은 조선의 개항 이후에 전선 가설권, 철도 부설권 등의 이권을 차지했었다.

그리고 구한말에는 철도, 광산, 산림 등 중요 자원을 강탈하는데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한 나라에 경제 이권을 넘겨주면 다른 나라에도 동일한 수준의 이권을 제공하는 최혜국조항이란 명목으로 당시 최고의 성장 잠재력이었던 자연 자원과 교통, 통신 분야를 집중적으로 약탈했다. 이로 인해 수공업에 묶인 조선에는 구미 열강과 일본의 기계화된 대량생산 상품이 유입되면서 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이 가로막혔다.

결국 경제적 예속 관계가 지속되면서, 정치적 예속까지 더해져 식민지가 됐다지만 시치미를 땐 일본은 극일의 대상이다. 고려 시대 귀족들이 매에 붙인 표식인 `시치미`라는 단어나 다름없다. 사냥을 위해 매 훈련은 필수다. 하지만 훈련이 힘들었고 가격도 엄청나 종종 잘 훈련된 매를 훔쳐서 원래 주인의 시치미를 떼고 자신의 시치미를 붙다 한다.
 
그 어원인 `시치미`의 뜻은 `자기가 하고도 아니 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태도`를 말하게 된 것이다. 의미를 찾지 않는 삶은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만 되풀이될 뿐이다. 일본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수출규제나 화이트리스트 배제도 우리의 기술성장을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과거의 아픔이 있었던 우리는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대응을 할 수 있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의 아베 정부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은 일본의 행동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특히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은 우리나라로서는 독일처럼 세대를 이은 진정한 반성 없이 또다시 군국주의 옷을 입어야 쓰겠는가. 앞서 일본은 이웃 나라를 침략한 과거사의 실체적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것이 미래지향적 한ㆍ일 관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한ㆍ일 관계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심 어린 반성에 우선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경제를 볼모로 한 사실상의 침략야욕을 드러냈다. 이 같은 일본의 저급한 경제전쟁에 대해 반일감정이 극을 치닫고 있다. 따라서 감정에 우선할 일만이 아니다. 지금 일본은 우리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과거를 되돌아볼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으로 여기고 2019년 광복절을 보낸 시점에서 진정한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때인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위대한 것은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간관계, 명예 등 무엇인가를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국가 간 신뢰를 쌓는 일은 더하다. 더군다나 우리와 일본처럼 삼국시대 이래로 애증 관계로 이어져 온 나라야 오죽하겠는가. 그렇지만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다가 아픔을 겪고, 또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따라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기보다 기다리면서 우리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가올 위대한 시간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때이다. 그래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란 다짐이 다짐만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극일(克日)`,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전략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일본의 도발이 정치, 사회ㆍ문화 분야로까지 갈수록 도를 넘고 있는 가운데 며칠 전 일본의 한 기업이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한국은 금방 뜨거워졌다가 금방 식는 나라`라고 비아냥거린 것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하고 정부는 물론 민관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제강점기 그들이 사지에 몸을 던졌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그 기회가 왔다. 어느 전직 대통령의 말처럼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당파싸움만 벌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인데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면 이번 경제전쟁에서 일본에 또 어떤 치욕을 당할지 걱정이 앞선다. 아베가 수출 규제 도발에 나선 배경은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기술약진에 대응해 일본을 추월하기 전에 싹을 자른다는 ‘신정한론’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무서운 것은 적어도 30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일본 기업 다수가 찬동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처사는 얄밉고 분통터지는 일이지만 코앞에 위기는 닥쳤고,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더 깊어질지 우려스럽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더 거세지고 있지만 세계 1위라고 자부했던 반도체의 소재 국산화 비율이 50.3%에 불과한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실력을 길러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지혜가 절실하다. 감정을 앞세운 무작정 ‘노 재팬’보다는 ‘노 아베’에 초점을 맞추는 성숙한 대응도 필요하다. 기다린다고 위기 때마다 발휘해 온 한국인의 정신(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지고 다져 반격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치권은 제발 국민들의 반걸음만이라도 따라 왔으면 좋겠다.

정선/ 최재혁기자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