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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님비’포항시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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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님비’포항시 전전긍긍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9.09.24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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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전국매일신문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사람은 누구나 그가 속하고 있는 가정, 직장, 지역 및 국가에 대한 애착과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이기주의’란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의 권리나 이익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생활 태도를 가리킨다. 여기에 ‘집단이기주의’라는 말은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이나 공동체 혹은 국가 전체야 어찌되든 말든 자기 집단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태도나 행위를 말한다.

최근에는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영어의 약자를 따서 ‘님비(NIMBY)현상’이라는 표현으로 혐오시설 등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말한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마약퇴치센터나 방사능오염물 처리시설, 화장시설, 노인양원, 쓰레기처리장 같은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시설들이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자기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데는 강력히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로 자기중심적, 공공성 결핍증상이 심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경북 포항시가 이 같은 집단이기주의와 님비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생활폐기물 에너지화시설(SRF)과 관련한 갈등이 민-민간의 논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포항시는 남구 호동의 부지 4만5000㎡에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을 건립하고 지난 2월부터 상업운영에 들어갔으나 인근 제철동과 청림동, 오천읍 주민들이 입지선정 과정에서부터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최소 160m가 되어야 하는 굴뚝 높이가 불과 34m 밖에 되지 않아서 대기역전현상에 따른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며 반발하면서 생활폐기물에너지시설 가동을 둘러싸고 포항시와 주민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또한 오천읍 주민들의 생활·생존권 침해로 논란이 됐던 해병대 항공단 헬기 격납고 건설이 중단된 상태이다. 해병대가 안보를 위해 포항공항에 헬기 이착륙장을 비롯한 격납고 등의 건설을 추진하자 인근 주민들이 항공소음 및 매연 등으로 주민생활권, 생존권, 재산권, 특히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구 자이아파트 입주민들은 아파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장례식장의 허가를 놓고 반발하고 있다. 장례식장이 들어설 예정지 주변에 2만여 명의 주민이 사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장의차가 다니는 길이 등굣길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심리적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또 오는 26일에 열릴 예정인 제3차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장례식장 허가를 불허할 것을 요구하고, 장례식장이 생길 경우 교통체증 유발과 주차문제 등 생활환경 및 교육환경 침해라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만큼, 포항시가 업체의 공기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의 압박으로 이를 허가한다면 주민들의 피해는 막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포항시가 추진 중인 남구 대잠동 일대의 ‘양학공 민간개발 특례사업’에 대해 찬반이 엇갈려 민-민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양학공원 아파트건설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고질적인 미분양관리지역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선제적 행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도시공원 일몰제’라는 명목으로 포항시가 앞장서서 시민의 휴식공간인 도심숲을 파괴하면서까지 초대형 아파트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대이동 청년회·특우회를 비롯한 16개 자생단체는 일부 아파트 주민들의 작은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다수 시민이 이용하는 양학공원이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7월 공원일몰제로 인해 당장 존폐위기에 놓여 있는 만큼 포항시가 적극 나서서 다수 시민의 숙원사업인 양학공원 조성사업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이쯤 되면 포항시의 행정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행정기관의 결정 자체가 문제 덩어리가 되는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마는 형국이 되어버리고 만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날의 집단이기주의는 개발중심시대의 권위주의적 지시와 명령에 의하여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법으로는 문제해결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집단이기주의는 문제와 관련된 갈등을 민주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때에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개방적인 정책결정구조에 의한 다양한 집단의 참여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하여 공무원에게 필요한 지식은 다양한 협상과 조정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행정기관이 소극적으로 결정을 지연하여 문제를 회피하려는 자세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민주사회에서의 공익(公益)은 다양한 집단 간의 갈등이 민주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서 형성되게 된다. 갈등이 바람직하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집단의 행동은 집단이기주의나 지역이기주의로 나타나게 된다. 문제는 갈등 자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갈등을 민주적으로 해결하는 데 두어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더불어’ 행복한 세상은 ‘끼리끼리’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포항/박희경기자 (barkhg@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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