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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의 길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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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통합의 길 선택해야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9.10.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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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지난 2012년 대학 교수들이 그 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온 세상이 모두 탁하다’는 뜻의 ‘거세개탁(擧世皆濁)’을 선정했다.‘거세개탁’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모두 흐렸으나 나만 홀로 맑았으며, 뭇 사람이 모두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미의 ‘거세개택’이 뽑힌 것은 혼탁한 한국사회에서 위정자를 비판하고,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교수들은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파당적 언행을 일삼는다”며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며 ‘거세개탁’의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불신과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방치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요즘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광장’을 무대로 한 진영 간 세 대결로 비화하면서 극단적인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서초동 촛불집회와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로 세(勢) 대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진보 진영의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린 데 이어 3일 광화문에서 보수 진영의 조국 법무부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고, 5일에는 또 다시 진보지영의 검찰개혁 대규모 촛불집회 및 보수진영의 맞불집회가 열렸다. 보수진영은 또, 한글날인 오는 9일 2차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이처럼 조국 정국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양측이 서로 경쟁적으로 수(數) 대결에 나서면서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며 ‘분열의 정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론 분열이 한계선을 넘는 매우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 뒤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 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 아니냐”며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가 위험 선에 다다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매우 크다.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민생은 내팽개치고 진영싸움에 매몰돼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이제 국회에서 답을 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면서 “진영 논리에 따른 현재와 같은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치인들이 국회로 들어와서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교수도 진영논리에 휩쓸리면 민중 독재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인들은 물론, 많은 학자들도 국회와 여의도 정치가 민의를 대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두 진영이 선동을 통한 수(數) 대결을 벌일 경우 국론 분열이 더욱 심해지고, 의회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흔들리게 된다며 여야의 세 대결을 끝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근대 그리스에서 그리스가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할지를 놓고 콘스탄티노스 1세 임금과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총리 사이에 일어난 불화를 시작으로 극심한 ‘국론 분열’이 발생했다. 콘스탄티노스 임금과 베니젤로스 총리 간 불화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왕이 베니젤로스를 총리직에서 해임하면서 두 사람 은 더욱 극심한 갈등이 빚어졌고, 이로 인해 그리스 사회가 양자의 지지자로 갈라지는 등 국론 분열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리스는 결국 양 정치 진영으로 갈라져 베니젤로스는 그리스 북부에 대립 정부를 세웠고, 연합국의 지원을 받아 결국 왕을 폐위했다.국론 분열의 영향은 1940년대까지 그리스 정계에 짙게 남았고, 소아시아 작전에서 그리스가 패배하는 데도 일조했으며, 결국 그리스 제2공화국의 붕괴로 이어졌고, 뒤이어 메탁사스 정권이 들어서게 됐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9일 제19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서울 광화문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당선 답례 연설을 통해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또,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국민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약속 이행일 것이다. 

최승필기자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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