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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을지연습, 이젠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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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을지연습, 이젠 전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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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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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복지과 권향옥벌써 4년이 지났다. 2011년 공직자로 첫발을 내디딘 그해, 처음으로 을지연습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근무지가 최일선 기관이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을지연습에 임한 건 아니었고 신규자 참관자격으로 참가하였지만 지금껏 을지연습 중 가장 강렬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아마도 그건 전쟁이라는 평소에는 좀처럼 생각지 못하는 국가비상상태를 가상으로 놓고 대비훈련을 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매해마다 을지연습을 해오고 있지만 첫해만큼의 감흥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 을지연습에 임하는 자세는 좀 다르다. 작년 우리는 4․16참사를 겪었다. 476명의 탑승자 중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는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 참사는 공직자인 나에게 자괴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렇다고 그 자괴감이 나에게 뭔가 구체적이고 실행적인 대안을 찾을 의지를 갖게 하거나 일상생활에서의 변화를 주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였다. 그냥 막연한 침체감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냥저냥 지내오던 몇 달 전 나는 또 한 번 공직자로서의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메르스 사태를 접하게 되면서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과연 난 사태해결능력을 갖춘 공직자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변할 수 없었다. 을지연습은 1968년 ‘태극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최초 시작되었고 이듬해 ‘을지연습’으로 이름을 개칭하여 지금껏 실시돼 오고 있다. 처음에는 남북 대치상황인 현실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이 전쟁 상황에 대한 사태해결능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젠 을지연습에 대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4․16참사와 메르스사태라는 경험 속에서 우리는 전쟁 외에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비극적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비상사태에 대한 해결능력을 상실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막대한 정신적, 경제적 손실도 뼈저리게 체험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을지연습을 전쟁뿐만 아니라 재난상황에도 적용 가능하도록 확장해야 한다. 8월이다. 한 두 해 맞이한 무더위도 아닌데 언제나 견디기 버겁다. 내성이 생길 법도 한 데 말이다. 다음 주에는 을지연습이 시작된다. 한 여름의 열기와 습기가 국민의 안전에 대한 나의 열망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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