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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통일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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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통일은 대박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태백담당>
  • 승인 2014.01.09 0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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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통일은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25년 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촉발된 독일 통일이 생생한 증거다. 부지불식간에 도래할 ‘통일대박’의 꿈을 현실로 만들자면 치밀한 준비가 중요하다.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을 끌어내는 통일외교를 가동해야 한다. 통일비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고 ‘통일 경제대국’ 건설을 위한 밑그림도 그려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남갈등을 해소하는 성숙한 국민 의식을 키워가는 일이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베를린 브란덴부르그 연설은 유명하다. 그는 베를린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이 문 앞에서 “고르바초프 대통령! 이 문을 여시오. 이 벽을 허무시오”라고 일갈했다. 길이 167.8km, 3.8m 높이에 1만 1500명의 국경수비대가 1000여 마리의 경비견과 함께 가로막고 있는 장벽은 동서냉전의 상징이었고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구 소련이 자유경제체제를 선택하면서 이데올로기의 긴장은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동독의 자유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독일이 모든 통일절차를 마친 1년 뒤 찾은 동베를린은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군중에 의해 무너진 베를린 장벽은 채 걷히지 않은 채 곳곳에 잔해가 남아 있고 일부는 국가가 기념물로 보존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동베를린은 온통 골리앗 크레인으로 숲을 이루고 있었고 개발의 굉음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세계 각국의 유명기업이 앞다퉈 진출을 꾀하고 있었다. 독일정부가 나라의 심장인 베를린 동쪽의 개발에 첫삽을 들이댔기 때문이다. 갑자기 찾아온 독일통일은 혼돈과 문화적 차이, 통일비용이라는 부작용으로 다가왔다. 20%에 달하는 살인적 실업률에 치솟는 인플레이션, 분단 39년 간의 문화적 차이가 당장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동서 간의 다른 국가체제를 하나로 묶는 체제적 혼란도 무시하지 못할 사안이었다. 독일정부가 제일 먼저 나선 것은 실업률을 낮추는 일이었다. 이때 이끌어낸 것이 노사 간의 대타협이었다. 향후 10년 내에 실업률을 10% 이내로 낮추는 대신 노조는 임금을 동결한다는 내용이다. 통일의 충격을 흡수하는 노력은 사회 곳곳에서 전개됐고, 그 결과 독일은 세계2차대전이라는 전쟁을 훌륭하게 극복한 이후 두 번째로 큰 국가적 난제를 풀어내고 오늘날의 독일로 우뚝섰다. EU의 중심국가로, 세계 5대 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통독의 기회를 잘 활용한 힘이 뒷받침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다. 대박이라는 표현에 설왕설래가 없지 않지만 이 만큼 적확한 표현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점차 통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데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신념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 모 대학교수가 박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같은 제목의 저서에서 왜 대박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했지만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통일 전 베를린 장벽은 넘을 수 없는 선이었다. 동독에서는 중무장한 군인들이 사나운 경비견과 함께 장벽을 지켰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이 벽을 넘었고 그만큼 희생자도 많았다.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두만강을 건너 휴전선을 뚫고 남쪽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자들이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고 예견하고 있다. 한국이 통일되면 2020년대에 세계 7대 강국에 들어설 것이며 머지않아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통일에 대한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독일처럼 어느날 갑자기 통일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은 통일을 준비해야 할 때다. 독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통일 후 독일이 겪은 시행착오를 사전준비로 막는다면 우리는 독일보다 성공적으로 짧은 시간에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통일헌법을 연구해 초안을 만들고 통일 후 급격히 늘어날 사회복지 수요를 준비해야 한다. 문화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 각계각층 각 분야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통일관련 기본법과 북쪽의 국유화돼 있는 재산의 사유화와 이용방법 등도 같은 맥락에서 연구해야 할 과제다.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선 먼저 우리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통령이 던진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통일준비는 일맥상통한다. 무엇보다 정치가 과거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패러다임을 갖는 것이 급선무다. 통일대박이 시대적 트렌드가 돼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정쟁은 과거 프레임이고 경제는 현실인데 비해 통일은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이다. 통일은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이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웅비하는 기회이자 후손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물려주기 위한 우리 세대의 당연한 책무다.남북 모두 지금의 얼어붙은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이산가족상봉 논의에서부터 얽힌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둘다 실질적인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여건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북한을 바꿔가는 일이 중요하다. 대화 통로마저 차단된 지금의 남북관계는 정상이 아니다. 비정치·비군사적 분야에서부터 차근히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민간교류를 중심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맞춰 설날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에 제의한 것은 이런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다. 이산가족 상봉을 징검다리로 삼아 ‘대화의 다리’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대북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시킨 5·24 조치의 유연한 적용도 신중하게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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