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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아동학대특례법 시행 충분한 예산과 인력 확보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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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아동학대특례법 시행 충분한 예산과 인력 확보를 기대한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4.10.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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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학대하면 중벌에 처하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 따라 아동학대 범죄자는 최고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상습적으로 학대한 부모의 친권도 빼앗는다. 아동보호시설 종사자의 어린이 학대범죄 신고도 의무화했다.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는 유아와 어린이를 학대하는 행위를 중범죄로 다스리겠다는 의지를 담은 법이다.아동 학대 문제는 발생 직후 국민의 '반짝 관심'과 언론의 '충격 보도'만 있을 뿐 사회의 지속적 관심은 없다. 국민 인식 수준도 높지 않아 온갖 오해와 편견이 난무하고 있다. 자극적이고 심각한 사건만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아동 학대 문제는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전국 실태 조사에 의하면 매년 25.3%의 아동이 학대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는 그동안 아동학대를 가정문제로 치부해왔다. 부모가 자녀에게 체벌 명목으로 폭력을 행사해도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용인하고 넘어갔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와 명분을 들더라도 아동에 대한 폭력과 학대는 엄연한 범죄행위다. 학대행위는 아동에게 신체적 손상을 물론 일생동안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접수되는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매년 1만여 건에 이르고, 2013년 학대로 인한 아동 사망 건수도 22건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올들어 8월까지 아동학대 신고건수는 1만24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7541건)보다 35% 증가했다. 강원지역에서도 9월까지 발생한 아동 학대 행위는 169건으로 한 달 평균 18건에 이른다. 이 추세로 볼 때 올해 아동 학대는 200여건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아동학대의 대부분은 부모에 의해 자행된다. 강원지역 아동학대 가해자도 부모가 80∼90%를 차지한다. 부모 중에서는 아버지의 아동 학대가 어머니보다 많았다. 지난해의 경우 아버지가 저지른 아동 학대 행위는 45건으로 어머니의 22건보다 23건이 많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학대행위의 상당수가 부모의 음주후 발생하고 있다.심각한 아동학대의 현실에 따라 정부도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아동학대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됐다.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무기징역까지 처벌을 강화하고, 친권 제한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신고 의무도 강화돼 침묵도 죄가 될 수 있다. 아이 돌보미나 학원 강사 등이 아동 학대를 의심하면서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률에 의한 처벌강화도 중요하지만 아동학대는 엄연한 범죄 행위이고, 학대신고는 의무라는 국민적 인식이 확산되어야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여전히 부족하고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학대 사건이 언론에 부각되고 신고가 활성화됨에 따라 전문 기관 상담원의 업무는 크게 늘어났다. 상담원 1인당 관리 인원은 2012년 60.3명에서 2013년 70.1명, 2014년 90.9명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11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232개 시·군·구 가운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곳은 51곳에 불과하다. 당장 모든 시·군·구에 전문 기관을 설치·운영하는 것이 어렵다면 아동 10만명당 1곳씩 계산해 최소한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곳으로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학대받는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하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다. 아동의 후유증을 완화하고 가정을 치료하여 아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심리 치료 전문 인력이 배치된 전문 기관은 단 7곳이고, 학대 피해 아동 전용 쉼터는 36개소로 연간 1008명 수용에 불과하다. 연간 분리 조치되는 2000명 이상의 피해 아동 중 상당수는 학대 후유증에 대한 집중적인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일반 보육원이나 위탁 가정 등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특례법이 시행되면 피해 아동에 대한 분리 보호 조치가 더 적극적으로 취해질 것이므로 전용 쉼터를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충해야 한다.심각한 학대 사건이 터지면 전 국민이 충격을 받고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땜질식 처방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특례법 시행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차분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충분한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실행하기를 기대한다.말만 요란한 정책을 늘어놓고 예산과 인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면 모래성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이 학대받지 않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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