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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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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어머니
  • 박희경/ 지방부장, 포항담당
  • 승인 2014.11.11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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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저녁 서럽게 부는 바람에 낙엽이 뒹군다. 언제나 봐왔던 늦가을 정취다. 하지만 오늘의 풍경은 지난해 그 풍경이 아니다. 황량 하다 못해 을씨년 tm럽기까지 하다. 길거리 어디에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의 노래소리가 들린다. 자세히 들어보니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가수 진시몬의 ‘어머니’라는 노래다.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더 늦기 전에 효도하란 말이 있어요. 알았었는데, 알고 있었는데, 이제와 어찌합니까. 아버지 가시고 나서 어머니 혼자 화장 한번 못하셨지요. 집 없는 설움에 이삿짐 싸며 흘리는 눈물을 봤는데, 그런데 오늘 그런데 오늘, 불쌍한 우리 어머니. 늦었을까요 아니겠지요. 어머니 사랑합니다.”오늘은 그 간절함으로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 흘릴 각오로 긴 한숨을 쉬어본다. 어머니란 늘 자식을 향한 희생으로 갈무리 된다. 자신의 목숨마저도 자식을 위해서는 기꺼이 내어주시는 용기가 바로 어머니 용기다. 거기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다. 그것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인 모양이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어머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모정이다. 어머니는 사랑의 화신이며 자식에게는 든든한 뒷배다. 오래 전 들은 이야기다. 강원도 깊은 산골짜기를 찾은 나이 지긋한 미국인 남자와 또 한 사람의 젊은 한국청년, 그들은 발목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면서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한참을 깊은 골짜기를 헤매던 그들은 어느 이름 모를 무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잠시 호흡을 고르던 미국인이 천천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이 바로 네 어머니가 묻힌 곳이란다.” 나이 지긋한 미국인이 청년에게 말을 하자, 청년의 몸이 떨리더니 급기야 무릎을 꺾고 그 앞에 엎드려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시간은 먼 과거로 돌아간다.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눈이 한없이 내리는 전쟁터, 미군병사는 강원도 어느 산골로 후퇴를 하는 중에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귀를 기울려보니 그 소리는 어린아이 울음소리였고 그 울음소리를 떠라가 봤더니, 울음소리는 눈구덩이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미국인 병사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눈을 열심히 치우던 중 소스라치게 놀라도 말았다. 아이가 살아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 놀란 것은 눈속에 파묻혀 아이를 감싸 안고 있는 어머니가 옷을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피난을 가던 어머니가 산속 깊은 골짜기 눈 속에 갇히게 되자.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아이를 감싸고 허리를 구부려 아이를 끌어안은 채 혹한에 얼어 죽고 말았던 것이다. 그 모습에 감동을 한 미국인 병사는 자식을 위해 알몸으로 죽은 어머니를 언 땅에 묻어주고 어머니 품에서 울어대던 갓난아이를 미국으로 데려가 아들로 키웠던 것이다. 아이가 자라 청년이 되자, 미국인 아버지는 한국에서 데려다 키운 청년에게 지난날 있었던 상황들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 그때 강원도 골짜기 언 땅에 묻었던 청년의 어머니 산소를 찾아 기억을 더듬어 이렇게 찾아 온 것이다. 다행스럽게 당시 어머니를 묻으면서 표시해 두었던 표시목이 세월의 풍상에 썩어갔지만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써 두었던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하얀 눈이 수북이 쌓인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통곡을 했다. 미국인 아버지는 아들의 슬픔을 존중해 주기라도 하듯 그대로 울게 내버려 두었다. 한참을 슬프게 울던 아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들은 마침내 알몸이 되었고, 아들은 자신을 낳은 어머니 무덤위에 쌓인 눈을 정성스레 치워낸 다음, 벗은 옷으로 어머니 무덤을 덮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어머니께 옷을 입혀 드리듯 말이다. 그리고는 무덤위에 쓰러져 통곡을 하며 절규하듯 “어머니 그날 얼마나 추우셨어요? 어머니!” 이 세상 누구라도 어머니에 대한 고귀한 추억 한 토막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세찬 겨울바람에 핏덩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고귀하신 어머니는 비단 그 청년에게만 있은 일이 아닐 것이다. 나에게도 있었고,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도 있었던 흔한 이야기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느끼지 못하고 바쁜 세상 탓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참 불효자식들이다.겨울로 가는 길목, 가슴 저미는 불효의 늪에서 헤어나도록 다시한번 어머니께 부탁 드려보자. 세상에 아니 계셔도, 어디에 계시더라도 어머니는 그 부탁을 꼭 들어주실 것이다. 당신에게 진 불효조차도 당신은 기꺼이 용서 하실 것이다. 내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이번주말에는 아내와 자식들과 그리 머지않은 선산의 어머니를 뵈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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