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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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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해를 보내며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4.12.18 0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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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1년은 천천히 흘러간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반대로 하루는 지루하게, 천천히 지나가는데 1년은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고 한다. 그 사이에 낀 청장년층들에겐 하루도 정신 없이, 1년도 정신 없이, 휙 지나가 버린다. 이렇게 '어어'하는 사이에 또 한 해가 지나가 버렸다. 1초가 1시간, 1시간이 하루, 하루가 한달, 한달이 1년을 만든다. 이 당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1초나 1시간은 소홀히 여기면서 그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1년이 지나가면 엄청난 세월을 잃어버린 것처럼 가슴이 휑하다. 이유는 하나.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 목표로 했던 일을 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다. 갑오년의 새해가 밝은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연말이다. 또 한 해가 간다. 정선군청도 올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한다고 분주하다. 의회 감사도 받고, 준비된 내년 계획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선거가 없어 일하기 좋다는 2015년. 이제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넘기면 새해가 펼쳐진다.아직 며칠 남은 2014년. 뒤돌아보자. 내 머릿속의 2014년은 절로 고개 젖게 하는 해이다. 정치건 사회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신문을 펼치기도 겁났고 방송을 보기도 두려웠다. 20여 년의 기자 생활, 정말 별별 일들을 다 보고 살아 웬만해서는 놀라지도 분노하지도 않지만 올해는 절로 한숨이 나온다.관광이 경제의 한 축인 정선은 세월호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2014년은 정말 견뎌내기 힘든 한 해였다. 따뜻한 봄의 한가운데에 있던 4월 어느 날, 우리를 강타했던 세월호 참사부터 윤일병·임병장 사건으로 대표되는 군대 내 폭력과 살인사건, 10월엔 판교 환풍구 붕괴 추락 사건, 급기야 연말에는 사극 ‘조선왕조 500년’을 보고 있는 듯한 권력층 주변인의 국정개입 사건까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연이어 다가오고 있는 충격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세월호 참사가 있어서, 2014년에는 여느 해처럼 연말이 되어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상투적으로 쓰던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을 쓸 수가 없다. 눈앞에서 바다에 침몰해 들어가는 배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고, 수많은 생명을 손 놓고 허망하게 죽게 하는 국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와중에도 이렇게 우리 사회의 밑바닥을 보았으니 이제는 올라갈 길만 남았다는 한 조각의 희망을 품었다. 일어나서는 안 되었을 가슴 아픈 사건이지만, 이것이 변화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러한 변화는 얼른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했고, 현실에서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양파껍질처럼 드러나는 권력과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이었다.그래서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제대로 된 원인규명도 없이 조급하게 이어진 세월호 재판결과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여야협상 끝에 나온 누덕누덕한 세월호 특별법이다. 그리고 1년 내내 절망의 나락에서 한줄기 희망으로, 거기에서 다시 절망으로 파도를 타고 살아온 우리를 기다린 것은 대통령 측근들의 암투라는 해일과 같은 파도였다.그럼에도 이 나라에서 사는 한 희망을 버릴 수는 없다.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함께 살아나가야 할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을 통해 얼른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문제를 놓지 않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고, 사회 여러 곳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상식적인 부분들을 상식적인 것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제는 충격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정신을 다잡아서 우리가 다시 잡고 일어설 끈을 찾아봐야 한다.지금 눈앞에 떠오르는 그 끈의 하나는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 하수상하여 기본을 이야기하는 것이 지나치게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오히려 허황되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기본, 기본적인 인간관계, 기본적인 삶을 생각해보고, 그것에서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 기본은 사람이다. 국가에서는 국민이고, 도민이고, 시,군민이며, 학교에서는 학생이고, 기업에서는 노동자이다. 2015년에는 제발 삶과 인간관계의 기본에서 시작해 우리의 삶이 상식적으로 이뤄지는 한 해이기를 간절히 바란다.어느덧 12월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문다. 거리에 구세군 종소리 들리고 성탄트리도 반짝인다. 예전에 그 많던 크리스마스카드와 캐럴송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가수 이선희가 부른 '아, 옛날이여'마저 노래방 기기나 스마트폰으로 만나는 시대. 디지털 기기 속으로 들어간 게 어디 한둘이랴. 세상 참 빠르게 변한다. 그 잠깐 사이에 세상은 천지개벽하고 우리는 어리둥절해진다. 인류의 지식 총량은 73일마다 두 배씩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너무 빠르다. 디지털 종족들은 생존 가능성이 높지만 아날로그 종족들은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게 마련이란다. 승자와 패자,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디지털 진화론을 만든다.2014년은 아쉽지만 미완으로 결론을 내야겠다. 산 넘어 산이지만 그래도 많은 산 중 가장 큰 산을 넘은 것으로 생각하자.뒤돌아보기 싫은 2014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아질 2015년을 기대해본다.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싫을 만큼 힘들었던 2014년이 지나면 혹시 만사형통(萬事亨通)에 금상첨화(錦上添花)의 2015년이 올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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