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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검약의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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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검약의 패러독스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5.03.09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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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운용 중인 46조원 정책 패키지의 잔여분 15조원 중 올해 배정된 10조원을 상반기에 모두 투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국민들은 정부의 경제살리기가 이번엔 꼭 성공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높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자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주는 보조금과 교부세도 조기에 집행하는 등 내수회복에 주력하고 기업에는 계속해서 임금 인상을 촉구하자 경제활성화와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관심을 끌고 있다.하지만 한파가 몰아치는 빙판길에서 조심하지 않고 걷다가는 넘어져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지난 2008년 뉴욕 월가 발 금융위기는 세계에 전례 없는 한파를 몰고 와 지구촌 구석구석을 얼어붙게 했었다.대기업을 과잉보호하게 되면 과거 만석군 가정에서 과잉보호되는 아이처럼 병약해진다.모험심으로 가득 차야할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다는 말이다. 신중함이 지나치면 때로는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건 세상사의 진리다.전문가들 조차도 곡간에 가득 돈을 쌓아놓고 돈놀이에만 몰두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대기업들의 행태를 걱정한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경제가 한파여파로 얼어붙어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져가니 한·일의 기업곡간에 가득한 돈이 풀려나오기를 기대하는 눈치를 보인다.기업 사내 유보금이 미국의 경우 GDP의 10~12%인데 반해 일본은 무려 44% 그리고 한국도 34%에 달한다며 대기업이 국가경제를 망가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양국의 대기업이 경제한파를 녹일 수 있도록 돈을 풀면 자국 국내 경제도 회생시키고 타인들도 덕을 볼 수 있겠다는 견해다.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이렇게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유지해 나가는 이유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일본은 1980년대 말 겪은 엄청난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경제가 엉망이 돼 장장 25년간이나 디플레하의 장기불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기업이든 개인이든 금고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은 1997년 처음 겪는 혹독한 외환위기 이후 대우로 상징되는 대마불사의 신화가 풍비박산 나는 상황을 보고 정부가 뭐라 하던 비정규직 고용확대를 통해 수익을 늘려 투자 대신 곡간을 채우고만 있다. 소비자들이 소비하지 못하면 종국적으로 기업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데 설마, 돈이 있는데 망하겠느냐 여차하면 해외로 나가면 되지하는 마음은 아닌지 의심된다.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 곡간에 쌓여있는 5백조 원을 헐어내 투자를 통한 신규고용 창출과 종업원 임금인상 등으로 유인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유인책이 신통치 않아서인지 기업의 신중함이 지나쳐서인지 모르겠다. 청년 실업문제도 심각하고 실질임금이 거의 동결상태임도 심각하다. 한국 가계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5%나 되니 주주배당을 늘리는 것보다는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소비진작과 부채감소에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아베정부도 기업의 종업원 임금인상을 불황탈출의 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정부는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대담한 유인책을 고안해내 실천해야 한다. 오죽해야 20세기 초 케인즈는 돈을 쓰지 않으면 경제가 망가진다는 '검약의 패러독스'를 말했으며 오늘날 케인즈에 비판적이던 밀턴 프리드먼도 더 나아가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기(통화양적완화)'라는 극단적인 빙하기 탈출 해법을 제시하지 않았던가.경제회복을 위해 뭐든지 한다는 정부의 각오에 국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경제살리기가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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