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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최저임금 올리면 경제 살아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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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최저임금 올리면 경제 살아나나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03.12 0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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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자 여야 할 것 없이 최저임금 인상에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저임금은 매년 영세·소형 사업장의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이 되고 그 인상률이 중소·중견·대기업 등의 노사협상에도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이다. 노·사·정과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수개월의 시간을 끌며 격론 끝에 결정해 온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올리라고 주장하고 노동계까지 가세하면서 올 임금협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해 보인다.미국의 노동자들도 세상 살아가기가 참 팍팍할 듯싶다. 최저임금이 연간 1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1700만원도 되지 않으니 말이다. 미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지난 2012년 기준 37.8%로, OECD 18위 한국보다도 낮은 5개국 중 하나다.그렇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풀타임으로 일해서 1만5000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정말 믿으시는가요. 어디 한번 해보시죠!”자신의 연설을 듣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한 말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은 지난 2007년 이후 시간당 7달러 25센트였다. 오바마는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이를 올해 말까지 10달러 10센트로 올리겠다고 했다. 미국 정부의 방침에,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임금 탓에 ‘악의 제국’으로 불리는 월마트가 최저임금을 시간당 9달러로 인상키로 했다고 호응하고 나섰다.월마트의 조치에 경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비록 단기적으로 재정적인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매장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여 서비스 향상을 꾀할 수 있고, 이는 월마트의 매출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 등도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비를 늘리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이런 흐름에 동승하려는 듯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수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디플레이션, 즉 저물가 속 경기침체 직전에 와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임금 상승을 통한 소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과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핑계로 최저임금을 사실상 낮추려 했던 기억이 이 시점에서 되살아나긴 하지만, 일단 방향을 제대로 잡아 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재계는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오히려 고용 규모가 줄어들고, 결국 경제회복을 늦추는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한다. 예상하던 대로다. 임금 인상에 관한 한 재계가 내놓는 반대논리는 한결같다.최저임금 인상은 얼핏 저임금자의 고용 둔화, 즉 해고를 촉발할 수 있을 듯싶기도 하다. 그러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가 일찍이 내놓은 효율성 임금이론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스티글리츠는 임금 상승은 일할 의욕을 북돋우고,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역설했다. 기업은 생산성 향상으로 경영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 기준이 높아졌다고 고용 규모를 줄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국내의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2년과 2008년, 2009년, 그리고 2012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임금집단에서 유의미한 고용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남성 노동시장에서는 오히려 고용이 증가했다.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1399만원 꼴이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인상한다고 해서 그 돈이 실물경제로 들어와 경기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그동안의 연구와 현실은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 부근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만 위협해 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올해부터 최저임금 수준 급여를 지급받게 되는 아파트 경비원만 하더라도 대거 실직위기에 직면해 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인건비 부담 증가를 이유로 자동화 경비시스템을 쓰거나 경비원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익률이 바닥을 기는 영세업자들의 경영을 벼랑 끝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경제학 교과서를 나무라면서까지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것이 한국의 정치권이다. 개탄할 일이다. 임금을 올려주라는 아베노믹스를 베끼는 것은 좋지만 아베노믹스는 철저한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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