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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도자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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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지도자의 덕목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3.1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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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시야를 넓혀 멀리보고 크게 봐야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뜻이다. 칭기즈칸의 훈요 30조 중 17조에는 그의 넓은 마음을 보여주는 이런 내용의 조항이 있다. 예순베이는 훌륭한 용사다. 아무리 오래 싸워도 지칠 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모든 병사들이 자기와 같은 줄 알고 화를 잘 낸다. 그런 사람은 지휘관이 될 수 없다. 군사를 통솔하려면 병사들의 갈증과 허기와 피곤함을 같이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증오와 배타(排他)와 편견의 구실’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와 협력의 도전’이다. 마음을 넓혀 서로의 여백(餘白)을 만들고 사랑과 용서로 그 여백을 채워가는 것이 바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길이다. 나를 극복(克復)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됐다. 칭기즈칸이 18세의 어린 시절, 동갑내기 소꿉친구인 볼테와 결혼을 하자, 당시 허점을 틈타 메르킷 부족의 기마병 300명이 칭기즈칸의 주둔지를 기습했다. 그때 그의 가족들은 사방으로 도망쳤고, 아내 볼테도 포로로 잡혀 메르킷 부족의 한 족장인 칠케르 부쿠의 부인이 됐다. 간신히 살아난 칭기즈칸은 주변 부족들과 연합해 메르킷 부족을 공격해서 대승을 거두고 아내 볼테를 찾아온다. 그렇지만 볼테는 이미 만삭의 몸이었다. 얼마 후 원수의 피가 섞인 아이가 태어났다. 칭기즈칸은 한때 아내와 아이를 죽일 생각도 했었지만, 그의 어머니 호예룬이 충고를 했다. “아내와 적을 포용할 줄 모르면서 어찌 세상을 얻겠느냐? 세상을 얻으려면 세상을 덮을 포용력을 갖춰라.” 칭기즈칸이 깊이 생각해 보니 포로가 되어 정조를 잃은 아내의 잘못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그 아이를 받아들이고 이름을 ‘손님’이라는 뜻의 주치라고 지었다. 또한 주치를 다른 아이들과 차별 없이 똑같이 대했고 아내도 변함없이 사랑했다고 한다. 칭기즈칸은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던 것이다. 중국을 통합하고 유럽과 러시아까지 정복했던 칭기즈 칸의 일화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운다. 칭기즈칸에게는 애지중지 하던 매가 한 마리 있었다. 몽골사람들이 사냥을 위해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우며 훈련시킨 뒤에 매를 이용해서 작은 짐승을 사냥하는 방법을 전통적으로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어느 날 칭기즈칸은 매를 데리고 사냥을 나갔다가 환궁하는 길이었다. 날은 저물고 날씨마저 가물어 목이 말라 잠시 물을 먹기 위해 팔에서 매를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갯물은 이미 마른 상태라 바위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잔으로 직접 받아서 입에 대는 순간 바람소리와 함께 매가 날아와서 손에 든 잔을 치고 다시 날아오르는 것이었다. 당연히 잔은 땅에 떨어졌다. 이러기를 두세 번, 가뜩이나 목이 말랐던 칭기즈칸은 화가 났다. ‘아무리 미물인 짐승이라 해도 주인의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무례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며 한 쪽 손에는 칼을 빼어들고 다른 손으로 잔에다 물을 받았다. 잔에 물이차서 입에 대는 순간 또 다시 바람소리와 함께 매가 손에 든 잔을 차려고 내려오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칭기즈칸은 단 칼에 매를 내리쳤다. 그는 물도 먹지 못한 채 죽은 매를 비켜서면서 바위 위를 쳐다보게 됐는데 거기에는 놀랍게도 죽은 독사의 시체가 썩은 채 작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매는 주인을 살리기 위해 독사의 썩은 물을 못 마시게 하기 위해 그토록 집요하게 방해했던 것이다. 요즘같이 만사가 어려운 시기에 깊은 뜻을 모르고 울컥 화부터 먼저 내는 자신부터 되돌아보게 하는 칭기즈칸의 리더십을 생각해 본다. 그렇다. 지도자는 남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부터 다스려야 한다. 남의 자식까지 끌어안은 칭기즈칸의 지도력을 배워야 한다.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시야와 덕망을 갖춰야 옳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우물 밖의 세계를 볼 수 없다.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배운 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 내가 나를 이기고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칭기즈칸이 될 수 있다. 영웅의 리더십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내 안의 적을 이기는 연습을 해보자. 내 안의 적이 가장 무서운 적이기에 하는 말이다. 포항지역 사회를 리더하는 많은 지도자들에게도 이 글을 전하고 싶다. 해서 그 누군지 모를 지도자가 혹 이글에 공감한다면 기자는 그것으로 만족할 따름이다. 시민들이 부여한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주민들의 추상같은 꾸짖음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리 크지도 않을 족적을 한번쯤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포항과 머지않은 경주에는 신라 문무왕 때에 축조된 안압지라는 연못이 있다. 안압지는 궁궐 내의 사치스럽고 호화스런 생활을 누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자 권력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하지만 고려에 의해 삼국이 재통일되고 신라가 멸망하게 되면서 안압지도 차차 폐허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권력은 소리없이 세월속에 묻히고 마는 것이니 그리 부여잡을게 뭐가 있고, 뭐 그리 잘 난체 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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