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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는 국민과 연애 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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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는 국민과 연애 하듯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7.21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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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자 한 마리가 얼룩말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와 덮친다. 얼룩말은 뒤에서 덮치는 순간 몸을 숙였고, 사자는 얼룩말 앞으로 뒤집어진 채 꼬꾸라져 떨어진다.그럼에도 사자는 얼룩말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뒤따라와 다른 사자들과 함께 얼룩말을 완전히 제압한다. 정글의 법칙에서 상식적으로 얼룩말은 사자보다 약하다. 그래서 얼룩말은 사자의 먹이가 된다. 가끔은 얼룩말이 마지막 힘을 다해 사자에게 되치기를 해 넘어뜨린다. 요즘 정치판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일은 비단 동물의 세계에서만 있는 일이 아닌 성 싶다. 인간사에서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갖고 있기에 서로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자칫 미움과 질시와 갈등 속에서 살기 쉽다. 내가 만일 누군가를 저주한다고 했을 때, 그 저주는 제일먼저 그 사람에게 돌아간다. 무언가 그가 저주받을 짓을 당신에게 행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저주는 그 사람에게 작용을 한 다음에 다시 부메랑처럼 반드시 나에게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그 저주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리 밉고 싫은 사람에게라도 누군가에게 저주를 해서는 안 된다. 또 그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내가 만일 누군가를 위해 축복을 해준다고 가정하자. 그 축복은 반드시 그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기에 당신이 축복해 준 게 아니겠는가. 저주나 축복은 언제나 그것이 출발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는 진리를 우리는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말,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일찍이 아더 제임스 벨포라는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네 적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관용(寬容)이고, 친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너의 마음이요,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모범(模範)이다’라고 말이다. 오래전 들은 옛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권세를 무시한 선비에게 왕이 사형을 언도하자 신하 한 사람이 이렇게 간했다. “폐하 힘을 과시하려면 저 죄인을 살려주십시오. 죽이는 것보다 살려주는 것이 더 위대한 힘입니다. 그리고 그가 죽을 때까지 곁에 두고 폐하를 우러르게 하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임금은 죄인을 살려주고 높은 벼슬까지 내렸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평생 그 임금을 위해 충성을 다했고, 그 나라는 천세만세 대국이 되었다고 한다. 기자도 몇일 전 거의 7개월간 갖은 오해로 뒤얽혀 불편하기 짝이 없던 지인과의 관계를 회복한 일이 있다. 오해가 억측을 낳고, 주의사람들의 충고가 또 다른 오해를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두 사람 모두 용기가 필요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 역시 흔쾌히 대화에 응했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7개월 전으로 돌아갔다. 서로를 영원히 미워하지도 못할 거면서 그렇게 원망의 반년을 보낸 것이다. 정치도 이랬으면 좋겠다. 치열한 정책 대결을 넘어 인격적인 모욕마저도 서슴치 않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염증을 느끼는 것이다.최근들어서는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사용 의혹과 관련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같은 하늘,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나라,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토록 다름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꼭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아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의 죽음마저도 석연치 않다며 철저한 규명을 요구하는 대목에서는 섬뜩함 마저 느낀다. 혹여 망자를 더 욕보이게나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그렇다고 국가기관의 국민상대 불법사찰 도·감청이 용인돼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이는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국가 안위를 위해 정보를 다루는 최고 정보기관이다. 이처럼 발가벗겨져 만신창이가 된 체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근거없는 의혹으로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빠트려서는 더더욱 안된다는 말이다.이번 문제의 핵심은 국정원이 구입한 해킹프로그램이 정보기관으로서 안보용, 연구개발용으로 도입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을 사찰하기 위한 용도로 구입한 것이냐 일 것이다. 이를 밝히는데 무슨 말이 이토록 많은지도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들이 납득하는 수준에서 철저하게 조사하면 될 일이다. 국가 정보를 다루는 기관인 만큼 지금처럼 온 세상에 내놓고 까발려서는 안될 일이다.국정원은 2012년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맨 것이라며 오해할 만한 일을 했다고 말한 한나라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꼭 이래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내일이 급하고, 다음 총선이 머릿속에 가득하더라도 국가안보를 볼모로 정쟁을 일삼으며 국민을 불안케 하는 이들, 그들이 누구인지는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칠포(七抛)세대(취업, 결혼, 연애, 주택, 출산, 희망, 인간관계)는 늘어만 가는데, 젊은 사람들의 희망을 앗아간 정치권을 정신 차리기는커녕 집안싸움만 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 보는 정치권이 되었으면 한다. 창조경제니, 뭐니 해보지만 청년실업해소에는 진전이 없다. 정치란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연애(戀愛)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해야 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하고, 국민은 정치권에 대해 그리워하고 박수를 보내야 하는 것이 정치가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진 자들은 정치권이 하는 꼴이 보기 싫으면 해외로 떠나 휴식을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IMF보다 더 심한 고충을 겪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권의 꼬인 매듭을 푸는 것은 국민이 할 수 없다.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이 모든 사안이 풀어져 평온을 되찾고 싶은 것이 국민들의 마음이다. 정치권과 국민이 새롭게 연애 한 번 해보자. 그리고 새롭게 출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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