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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8만400초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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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8만400초의 선물
  • 피기춘 <시인, 경찰>
  • 승인 2014.06.09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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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51세로 짧은 인생을 마감한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묘미명이다. 릴케가 그토록 사랑했던 장미의 계절 6월이다. 하지만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5월부터 아름답게 피었던 장미도 어느덧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며 서둘러 떠나고 있다. 문득 돌아보면 대한민국의 4월과 5월은 참으로 가슴 아픈 사고가 유난히 많았다. 모든 국민이 함께 울고 함께 위로했던 시간들이었다. 또한 64지방선거도 끝나 당선자와 낙선자도 모두 제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일상적인 생활을 접하고 있다. 우리 곁을 떠나가면 다시 올 수없는 것 세 가지는 지나간 시간, 뱉어버림 말, 놓쳐버린 기회라고 했다. 특히 지나버린 시간은 언제나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한다. 20세기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는 자신의 묘비명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고 남겼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세 가지 질문』을 통하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라고 역설했다. 하루 24시간, 1440분, 8만6400초! 더 나아가 일 년은 8760시간, 80년의 인생은 70만800시간이다. 우리는 매일 8만6400초라는 시간을 공짜로 받고 있다. 다른 뜻으로 보면 우린 모두 매일 8만6400원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은 사유지(私有地)이다. 누가 더 많이 성실한 땀을 흘리고 노력했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통장에 매일 8만6400원이 적립되기도 하고 인출되기도 한다. 우리는 평소 시간의 존엄함과 소중함을 무의미하게 느끼며 살아갈 때가 많다.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시간이라는 돈을 내가 어떻게 가치 있게 사용할까?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인생의 시간을 한 치의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가장 보람 있게 사용할 방법은 무엇일까? 내일이라는 시간은 새로운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게으름과 나태함의 시간이기도 하다. 인생의 즐거움은 쾌락보다는 희락을 느끼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본의 3대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는『왜 일하는가?』라는 자서전에서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반드시 신이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인재제일(人才第一)의 경영철학으로 살다 간 故 이병철 회장은 봉사(奉仕)는 최고의 도덕(道德)이라고 했다. 보람 있는 삶이란 나눔을 위한 헌신과 봉사의 삶이고 비움을 위한 성찰의 삶이다. 자신의 보람, 가정의 화목, 국가의 안정, 국민의 행복이 6월의 시간 속에 더욱 알알이 익어가길 소망한다. 사랑은 평생 익어가는 과일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막말과 인명경시(人命輕視)의 풍조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날마다 좋은 일을 하고 감동의 말을 하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도 짧은 인생이다. 오늘 내게 주어진 8만6400초의 시간을 더욱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기자. 사소한 것에 분노하지 말고 모두가 함께 감동하며 살아갈 여백의 시간도 조금씩 나누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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