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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는 시간, 삶의 여백이 있는 시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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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는 시간, 삶의 여백이 있는 시간, 8월
  • 한상규 충남 서산교육지원청교육장
  • 승인 2014.07.31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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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산하에 녹음이 짙어가는 8월입니다. 작렬하는 태양 아래 푸름이 짙어 절정의 녹음이 되어갑니다.

교육현장인 학교에서 8월의 의미는 쉼, 휴지(休止), 여가활동, 힐링으로 다가옵니다. 한 학기 동안의 학습에 지친 아이와 교수에 지친 선생님들이 쉼의 시간을 갖고 재충전을 하는 뜻 깊은 시간입니다.

또한 그 동안 미루어두었던 여가 활동을 위해 집중 투자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현대는 여가 시간 활용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시대입니다.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 진정 경쟁력이 있는 재원이 되는 세상입니다. 일찍이 재독 철학자 한병철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교수는 현대사회를 ‘피로 사회’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는 학벌·직장·연봉 등 자본주의가 성공이라고 정의하는 요소가 우리 삶의 목표가 되면서, 사람들은 홰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시시각각 생존경쟁에 내몰려 진정한 여가의 의미, 쉼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겉만 부산한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대 ‘피로 사회’를 살고 있는 이들은 성인들만이 아닌 자라나는 아이들도 그 구성원입니다. 오늘을 사는 미래세대인 아이들까지 피로사회에 살면서 피곤에 찌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시대·사회상입니다.

아이들만이라도 여름 방학은 그 자체로서 자신을 돌아보고 한 학기 동안의 쌓인 피로를 풀고 재 충전을 하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트렌드가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곳이 방송을 포함한 언론 매체들일 것입니다. 일전에 스카이라이프라는 방송에서는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힐링채널 휴(休)를 선보였습니다.

방송 내용이라야 1시간에 10여 컷 정도의 화면을 배경으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숨 가쁜 시청률 경쟁 속에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케이블채널 업계에서 여유와 쉼, 여백을 지향하는 시대 사회상을 포착한 하나의 모험적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트렌드코리아2013, 김난도) 또 모 공영파 방송에서는 힐링을 주제로 한 프로가 인기 상종가를 기록하며 이 프로그램 출연 한 번으로 유명인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전국지 등을 비롯한 지면신문 등에서는 전면을 할애하여 여가 활동 안내, 쉼, 휴지에 관한 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세태이기도 합니다.

일전에는 모든 초·중 학생과 학부모의 로망이 되고 있는 민족사관고가 전국을 돌며 입시 설명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이 입시설명회에서 강조된 내용은 두 가지였답니다. ‘잘 노는 아이’와 ‘덕(德)’이었다고 합니다.

즉 여가활동을 얼마나 가치 있게 보내느냐는 것을 입시에서 강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학생을 선발하는지 그 요강에서 설명된 것이 ‘잘 노는 아이’였답니다.

잘 노는 아이란 끼가 있는 아이 즉 모든 일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아이가 잘 노는 아이랍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여서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푹 빠질 때 학습을 잘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동안 여가 활동이나 쉼 등의 시간에는 진정한 休나 나만의 생활 공간에서 여백이 아닌 자기 계발의 시간이었습니다. 뒤떨어진 영어 실력을 보충한다든지, 목적을 가진 자기 계발서 등을 탐독한다든지 등 오히려 피로도를 높이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러다보니 진정한 여가활동이 무엇인지, 진정한 쉼의 개념조차 없이 피로도가 높아만 가는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쉼도 쉼이 아니요 또 다른 일상의 생활이 되는 ‘피로사회’에서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여름, 8월에는 기성세대들의 근시안적인 욕심 때문에 그동안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던 시간을 돌려주어야겠습니다. 자라나는 다음세대들에게 일상 생활 중에서 쉼이 있는 시간을 돌려주어야 겠습니다.

 

한상규 충남 서산교육지원청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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