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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축산인들 우울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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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축산인들 우울한 추석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5.09.2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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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로 일컫는 추석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농.어,축산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왠만한 농.수.축산물은 선물용에서 배제돼 판매가 안될지경으로 농,수,축산인들이 생존에 위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농.수.축산인들의 반발에 부딪쳐 손을 보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 10월 이후 명절 때는 중·하품만 담겨 있는 국산 과일 선물세트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또 한우고기는 품질이 떨어지는 등급으로 이뤄진 선물세트만 매장에 놓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값싼 수입과일 세트나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 선물세트가 품질 차별화를 내세우며 고객의 손길을 기다릴 수도 있다.
당신이 지인들에게 줄 명절 선물세트를 준비한다면 어느 것을 고를 것인가. 후자일 것이다. 외국산인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선물로 주는 것은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금품수수 한도를 5만~10만원으로 설정해 시행할 경우를 가상한 상황이다. 김영란법은 시행령에 금품수수 한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뒤 내년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현재 정부는 금품수수 선물 한도를 5만~10만원으로 설정하려고 한다. 국내 농업과 수산업,축산업이 김영란법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금품수수 한도설정 문제 때문이다. 농,수,축산업계는 “정부가 입법 하나로 지금도 어려운 농민과 어업인, 축산인들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지난해 설·추석 때 농협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판매한 선물세트 가격대를 보면 과일은 5만원 이상이 전체 매출의 50%, 한우는 10만원 이상이 93%에 달했다.
올해는 어떤가. 최근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할인행사를 하고 있는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의 판매가격을 보면 과일세트는 3만~18만원대, 한우 12만~35만원대, 곶감 8만~11만원대, 홍삼세트는 8만~20만원대다.
정부 정책에 맞춰 품질 고급화를 이룬 선물세트는 가격대가 그 이상이니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비싼 우리 농,수,산물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 가격만 놓고 본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금품수수 한도에 맞출 수 있는 농,수,축산물 선물세트는 사실상 없다.
이는 농축산물의 명절 수요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과는 한해 전체 소비량 중에서 명절 때 35~40%, 배는 60~70%가 팔린다. 한우는 명절이 들어 있는 달의 판매량이 평월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값싼 외국산 과일과 뉴질랜드·호주산 쇠고기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왜 농,수,축산업계가 앞장서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정한 김영란법에 반기를 드는 악역을 맡느냐고 이야기하고 있다. 자칫 부패 청산에 반대하는 세력으로 비춰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청렴사회 구현에 역행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에도 농,수,축산업계가 목소리를 높이는 단 하나의 이유는 생존권 확보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산업간 형평성 차원에서 농,수,축산물만 금품수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는 잘못된 비교다. 타산업의 경우 산업의 확장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농업은 연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를 잃어버릴 수 있는 생존권 문제여서다.
그래서 농,수,축산업계는 김영란법을 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농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조사한 국가별 부패지수 순위(순위가 높을수록 청렴국가)를 보면 우리나라는 175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수준에 비해 한참 뒤지는 순위다. 청렴사회를 위해 금품수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 칼날이 엉뚱하게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수,축산업을 향한다면 그것을 이해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예정된 일정대로라면 이번달까지는 금품수수 한도를 정하는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될 것이다. 시간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김영란법으로 초래 농,수,축산업계의 혼란을 하루빨리 바로 잡아줘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현실적인 대책을 내놔 내년 추석명절에는 농,수,축산인들이 보름달 같은 환한 얼굴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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