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1일 "제 뜻은 거둬들이고 모두의 충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재신임투표 입장을 철회했다. 문 대표가 지난 9일 당무위 직후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전격 발표한 지 12일만에 당 구성원의 총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이를 철회함에 따라 극한으로 치닫던 당 내분 사태가 일단 봉합 국면을 맞게 됐다. 문 대표는 이날 김성수 대변인이 대독한 입장발표문을 통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묻고자 했지만 당무위원과 국회의원, 당 원로, 혁신위까지 함께 나서서 애써주시고 총의를 모아줬다"며 "어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결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음은 더욱 비우고 책임은 더욱 다해서 당을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하도록 하겠다"며 "야권의 통합을 위해서도 더 노력해서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통 끝에 총의가 모아진 만큼 당 구성원 모두가 같이 존중하고 승복함으로써 단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당내 문제로 국민과 지지자들께 걱정을 끼쳤다"며 "더이상 실망을 드리지 않도록 달라진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새정치연합의 극심한 내홍은 당분간 봉합될 순 있겠지만 상처만 남긴 '미완의 휴전'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연석회의에도 재적인원 160명 가운데 93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주류 인사의 대거 불참으로 반쪽 재신임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주류와 비주류,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간 계파 갈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이번 내홍이 내년 총선 공천주도권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언제든 분란이 재발할 위태로운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당 밖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각각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는 내우외환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측근들은 문 대표가 혁신과 통합을 키워드로 내걸고 당 안팎의 원심력 제어에 나설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4·29 재보선 참패에도 당은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무능한 야당이라는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야권 분열을 막아야 할 책임도 문 대표에게 있다. 그러려면 통합 행보부터 필요하다.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대표를 흔드는 비주류의 움직임은 중단돼야 하겠지만 통합 행보의 진정성을 보이는 것은 문 대표의 몫이다. 마치 제 갈 길을 이미 정해놓고 명분만 쌓기 위한 보여주기식 통합 행보는 무의미하다. 필요하다면 비주류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진심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대법원 유죄 확정 때 당이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과 관련해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비판한 것을 두고 문 대표가 "섣불리 온정주의라고 말하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곧바로 반박한 것은 통합 행보 차원에서 다소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귀를 열고 어떤 얘기라도 듣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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