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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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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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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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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이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연간 약 100만t의 오염물질을 공기 중으로 내뿜었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폴스크바겐이 밝힌 대로 조작된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에 장착됐다면 연간 최고 94만8691t의 질소산화물(NOx)이 공기 중에 배출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에서 1년간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전부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다. 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영국의 드랙스발전소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3만9000t 정도다. 미국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적발돼 리콜 조치된 48만2000대만 하더라도 미국 평균 주행거리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1만392t에서 최고 4만1571t의 유독가스를 공중에 내뿜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폴크스바겐이 미 환경보호청(EPA) 기준을 준수했다고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해당 차량들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1039t 정도였다. 오염물질 배출로 인한 피해는 미국보다 디젤 차량 이용률이 높은 유럽에서 더욱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폴크스바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개리 펄러 킹스칼리지런던 박사는 "폴크스바겐만의 문제가 아니고 더욱 큰 문제일 것"이라면서 "이는 공중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를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소비자단체 알트로콘수모는 폴크스바겐 골프 1.6과 피아트 판다 1.2의 연료소비와 CO2 배출이 고지된 것보다 50% 이상 많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국내에도 해당 차량이 6387대가 팔렸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측은 "한국은 디젤 차량 규제가 유럽과 같아서 한국에 들어오는 디젤 차량의 엔진은 북미와 다르다"면서 미국 리콜건은 국내와 관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만 그런 조작을 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문제 차종의 배출가스, 연비 등을 재조사하기로 한 만큼 문제가 드러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로 폴크스바겐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실제로 현대차 주가는 환율 수혜와 폴크스바겐의 대규모 리콜 사태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경쟁사의 악재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현대차 등 국내자동차사들의 심리는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깨달아야 할 것은 기업의 신용이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온 이 회사의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신뢰를 쌓아 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메르켈 총리는 "폴크스바겐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열쇠"라고 말했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를 쓰기보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다시 신뢰를 쌓는 노력을 시작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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