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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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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시기상조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10.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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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 중의 하나는 핀테크(FinTech)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금융의 혁신을 말한다. 간편 송금 내지 결제 기술을 선도하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삼성페이 등이 대표적이다.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도 핀테크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일까지 예비인가를 위한 1차 신청을 받고 오는 12월 최다 두 곳의 사업자를 발표한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사업 시작은 내년이다. 현재 참여를 확정지은 곳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인터파크뱅크 그랜드 컨소시엄, KT컨소시엄, 500V 컨소시엄 네 곳이다. 업계는 이들 가운데 카카오뱅크 진영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보다는 IT기업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유통과 이동통신 등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업체가 다양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사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자는 취지로 등장했다. 시장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금융권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폭발적인 모바일뱅킹 증가는 무점포 비대면 은행거래가 주가 되는 인터넷 전문은행 필요성을 확산시켰고 신성장 동력 갈증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핀테크 꽃을 피우고 있다.
문제는 혁신성이다. 간편결제에 쏠려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과 유럽은 지급결제 외에 송금서비스, P2P 대출, 개인자산관리, 자동신용평가 등 전통 금융이 유료화할 수 없었던 틈새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점 없는 독립회사 형태의 소비자금융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인터넷 카페, 키오스크를 활용한 컨버전스형 은행도 나타났다.
예비인가 신청 참여의사를 밝힌 국내 네 곳은 이러한 차별화 전략이 있는지 의문이다. 단순히 전통 금융과 경쟁하려 해서는 기존 금융을 대체할 수 없다. 소비자를 비대면 채널 안으로 편입시키고 고객이 직접 금융상품을 검색하고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셀프금융 시스템 사업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의 장점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유망 분야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존 은행과 달리 영업점포를 두지 않아도 되기에 영업비용이 줄고 이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낮춰주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청와대 등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아직은 편익이 비용을 앞지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인터넷은행 설립은 신중해야 한다.
최초로 인가할 인터넷전문은행은 포화상태인 금융시장에서 새 수익원이 될 거라는 기대도 크지만, 기존 은행업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회의론도 있다. 인터넷은행은 고객이 은행지점에 가지 않고도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으로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계좌개설과 대출,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해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설립 1년 만에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에서 17만7000명의 고객을 모았다.
또한 2017년 9월부터 은행에서 종이통장 발급이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단 60세 이상이거나 특별히 요청하는 경우에만 한해 종이통장을 예외적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1897년 최초의 근대은행인 한성은행 설립 이후 120년 만에 종이통장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현재도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거래는 전체 금융거래의 89.6%를 차지하고 있다. 10명 가운데 9명은 종이통장을 이용하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은행들은 2017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3년간은 종이통장 발행을 원칙적으로 제한키로 했다.
문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해 사실상 문맹자나 다름없는 고령자들이 당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대책이다. 시대변화의 산물이지만 인터넷은행의 등장과 종이통장 종언은 기존 아날로그에 익숙한 60대 이상 중 30~40년을 더 사는 고령자들이 볼 때는 시기상조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방향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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