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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11.0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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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분다는 일기예보에 몸과 마음이 움츠러든다.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따뜻한 구들목이 떠오른다.온난화가 없었던 과거 겨울철은 매우 추워 난방을 위하여 지게를 짊어지고 산, 들판을 다니며 땔감을 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무는 겨울 난방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여 북한의 민둥산처럼 나무를 베어내고 긁어내어 푸른 초목과 울창한 숲은 헐벗은 산이 되어 폐허가 되었다. 비가 조금와도 홍수가 범람했고 산사태가 일어나자 정부는 나무 채취를 법으로 엄격히 금지시키고 연탄을 유일한 대체 수단으로 삼았다.
연탄은 방을 따뜻하게 했고 언제나 밥과 국을 끓일 수 있기 때문에 도시와 농·어촌은 앞다투어 연탄 화덕과 보일러를 놓았다. 늘어난 수요를 위하여 서울 근교에 35만장 찍어내는 삼천리 공장을 비롯하여 전국 400여개 공장이 생겨 생활에 큰 혁명을 일궈냈지만 문제는 연탄가스였다. 연탄가스로 인하여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럼증에 시달렸고, 하룻밤 일가족을 사망시킬 정도로 무서운 존재가 되어 잠들기 전 동치미 국물을 머리맡에 떠다놓는 민간요법도 개발되었다.
연탄은 화력이 좋고 가격도 싼 편이지만 서민들에게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풍요와 빈곤의 기준이 됐다.부잣집은 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연탄을 창고에 쌓았지만 가난한 집은 돈이 생기는대로 서너장씩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저녁무렵 한두개의 연탄을 새끼줄에 꿰어 집으로 향하는 모습도 있었고 서너장의 연탄을 외상으로 구입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이에 서민들의 소박한 꿈은 장독에 쌀을 가득 채워놓는 것과 연탄을 헛간에 높이 쌓는 것이다.
연탄은 생활의 편리함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있었다. 제때 갈아주면 꺼질리 없지만 깜박 시간을 놓치면 꺼져버리기 십상이다. 불씨를 되살리고자 쾌쾌한 연기를 마시며 나무가지에 불을 지폈고 후에는 번개탄을 개발하여 주부들의 일손을 가볍게 했다.추운날 불문을 많이 열어 아랫목 장판이 새까맣게 타기도 했고 강력한 열량으로 위아래 연탄이 강하게 붙어 식칼, 삽을 동원해 갈라놓았다. 또 라면을 끓이고 가래떡, 쥐포도 구워먹었다. 연탄재도 유용하게 활용했다.
논밭에 뿌릴 경우 토양을 개량했고 눈이 오면 도시의 골목길, 비탈길은 미끄러워 낙상하기 쉽지만 연탄재는 이를 방지하는데 최고 역할을 했다. 이렇게 연탄은 서민들에 유용하게 활용되어 영원한 동반자가 될 것 같았지만 기름, 도시가스, 태양열 보일러 등 도시화 현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탄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도 저렴한 연탄에 의지하며 생활하는 소외된 이웃이 상당수 있다.
끝 간 데 없이 지속되는 경기침체는 그렇지 않아도 개인주의, 가족이기주의로 치닫는 세상을 더욱 경직되고 얼어붙게 만든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퇴색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여러 역경 속에서도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해온 저변에는 수많은 독지가들, 이름 없는 선행이 그 버팀목이 되어왔는데 이즈음 여러 악재는 이런 미덕이 실종되는듯하여 안타깝다.
재벌기업의 연례성 기부행위도 나름 의미가 있다하겠지만 서민, 중산층들의 십시일반 도움의 손길은 참으로 소중한 미덕으로 세상이 살맛나는 곳임을 확인시켜왔다. 근래 부쩍 줄어든 기부행위의 직격탄은 우선 연탄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저소득층에 따뜻한 겨울을 선사하는 연탄은행의 비축물량이 거의 바닥난 현실은 그동안 물심양면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분들의 선의가 변했다기보다 곤두박질치는 불황의 그늘이 얼마나 깊은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예년 같으면 이듬해 초까지 연탄후원과 이를 전달할 자원봉사 인력이 답지했지만 올해는 서울,부산,대구,강원 등 타 지역 연탄은행의 경우에도 다소간의 차이는 있다 해도 위기상황임은 매일반이다.기부가 급감함에 따라 궁여지책으로 외상으로 연탄을 구입하여 지원한다는데 그 충정은 높이 사지만 연탄은행의 지속적 존립과 성장을 위하여 대단히 불안한 조치인 것이 안타깝다. 난방은 물론 취사와 목욕 등 여러모로 활용되는 연탄의 존재를 잘 모르는 청소년과 젊은 계층에게 연탄은행의 봉사와 기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역 교육청과 각급 학교가 연계하여 한 학생 연탄 한두 개 기증 운동을 벌여봄직하다. 1000원 남짓한 소액으로 구체적 봉사를 실천하는 동시에 불우한 이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교육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낀 약간의 용돈이 그늘진 사회를 비추고 온기를 전한다는 보람을 느끼는 이상의 인성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연탄보내기 운동 시행에 따른 이러저러한 문제점을 염려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선행의 부작용을 좌고우면할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혹한이 예상되는 올겨울 저소득층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자 독지가들의 온정으로 연탄나눔 행사가 지속되고 있어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리고 연말 연시를 앞두고 연탄 한장 그리워하는 소외 계층에게 온정을 베풀어 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연탄불이 여전히 우리의 삶을 데워 주고 있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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