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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文도, 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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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文도, 千도 아니다”
  •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11.2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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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재건을 위해 문 대표가 아무런 혁신이나 개혁, 또는 자기반성 없이 이대로 총선을 치르는 것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지난 1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광주를 찾아 ‘문안박’연대를 강조했다. 문대표는 자신과 안철수 전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 대표 권한을 공유하고 권한을 나눠서 내년 총선까지 치르자고 제안했다. 아마도 그러면 총선에서 이기고 대권도 가져 올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 같은 날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신당 출범식을 갖었다. 새정치연합에서 탈당, 지난 4.29 총선에서 당선된 천정배의원은 “민심은 수명을 다한 정당을 완전히 떠났다”며 친정의 사망선고를 강조했다. “민심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신당 출범의 당위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주한 야권의 움직임과 달리 호남의 민심은 별 반응이 없다. 시큰둥하다. 한마디로 ‘그런가 보다’라는 타인의 무심한 시선이다.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본산이자 현 야권의 근본을 형성하고 있는 호남의 민심이 빙점의 온도를 견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문 대표를 지지하든지 아니면 천 의원이 그리고 있는 신당을 띄우는 바다가 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호남 민심은 문 대표와 천 의원 어느 누구에게도 호의적이 않다.
굳이 요약하여 가늠해보자면 ‘문재인 갖고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렇지만 천정배가 대안은 아니다’라고 보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그렇다.
신뢰성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지만 지난달 발표된 문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충격적이다. 문대표의 광주 방문 5일전에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5%였다. 이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9%에도 훨씬 못 미친 지지율이다. ‘5% 지지율’은 신뢰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경악 그 자체다.
이러한 민심이반 현상 속에서도 문 대표는 꿋꿋했다. 그는 광주 방문 연설에서 “나를 흔드는 분들은 실제로는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정리했다. 순천· 곡성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고 광주 서구을에서는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당선된데 이어 최근의 보선에서는 아예 전멸하다시피 한 새정치연합의 현주소를 읽어도 한참 잘못 읽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문 대표가 이날 제기한 ‘문안박’ 연대도 이들 세명이 합치면 새누리당 어느 후보 보다 월등한 지지율을 기록한다는 셈법에 기초하고 있다. 참으로 단순한 셈법이다. 새누리당 세 명의 대선주자 지지도를 합치면 새정치연합 어느 후보보다 못하겠는가라는 반문은 하고 싶지도 않다.
정확한 진단이 없는 해답은 정답이 아니라 오답이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에 대한 민심의 이반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새정치연합이 존재가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정당, 즉 있으나 마나 한 정당이 새정치연합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메르스 사태, 그리고 국민대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파동, 대통령의 편가르기식 발언, 소신도 줏대도 없는 장관들의 정치권 추파, 지역별 예산 편차, 특정 지역 출신의 정부요직 독차지... 등.
야권부재에 대한 진단은 이러한 정부 여당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가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플레이로만 보는 한 희망은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이는 마치 지난 19대 총선 당시 새정치연합의 근시안적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하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광주 서을지역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의 선전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후보를 내지 않았다. 대신 통진당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웠다. 결국 의도한 목적은 달성했으나 대신 지역 민심은 새정연에서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통진당이 해산되면서 이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됐고 이 덕으로 ‘무소속 천정배의원’이 탄생한 것도 따지고 보면 새정치연합이 자초한 것이다.
그럼에도 새정치연합은 아직도 반성이나 교훈을 얻기 보다는 호박에 줄그어 놓고 수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호남 국회의원 20% 교체가 해법이 아니라 야당의 존재가치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의 가치와 수권정당으로서의 희망을 보게 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요구이다.
필자는 역설이지만 야권의 재건을 위해 문 대표가 아무런 혁신이나 개혁, 또는 자기반성 없이 이대로 총선을 치르는 것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라고 본다.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곳이 다시 올라가기 위한 시작점이라는 말이 있다. 야권이 참패하면 여권은 거만해질 테고 그러면 국민들이 다시 야권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 희망을 그려보는 것이다.
‘설마’하겠지만 현재의 야권에 희망을 갖는 길은 이 길 뿐이다. 이런 희망을 갖아야 하는 현실을 문 대표가 읽어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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