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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和睦)한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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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和睦)한 겨울나기
  • 정재원 강원 영월소방서 소방경
  • 승인 2015.12.2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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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올해 달력의 마지막 장이다. 12월이 되자마자 창 밖에서는 눈이 내린다. 운전 길에 집집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를 보니 겨울의 안방에 들어온 듯하다.
이런 진풍경을 보면 시인은 시상이 떠오르고 작가는 작상을 떠올릴 것이다. 역시 직업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30년 가까이 소방관으로 살다 보니 생각 나는 게 화재예방이다.
경제상황이 어렵다 보니 화목보일러가 인기다. 고향 태백의 부모님 댁에도 화목보일러를 사용하고 있다. 구하기 쉬운 연료에 유지비도 저렴하지만 방바닥에 허리를 바싹 붙이고 몸을 지지고 있으면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추운 강원도의 겨울을 나는 데는 웬만한 자식보다 효자 역할을 하는 것이 화목보일러다.
그러나 화목보일러의 대부분은 중소 영세업체에서 제작하다 보니, 온도조절장치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과다한 연료를 투입할 경우 복사열로 인해 주변 목재에 불이 붙거나 연통이 과열되어 화재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화목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나, 보일러 연소실 용량을 고려하여 적당량의 연료 투입. 둘, 보일러 주변에 목재 등의 가연성 물질은 2미터 이상 거리를 둘 것. 셋, 연통이 벽면을 관통하는 경우 불연 재료로 단열처리 할 것. 넷, 보일러 주변에 소화기 준비하기.
전국의 모든 소방서에서는 겨울철 화재예방을 위해 비상이 걸렸을 것이다. 내가 일하는 영월에서도 화목보일러 안전매뉴얼을 배부, 캠페인을 통해 화목보일러 점검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의 관심 없이는 이런 노력들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당사자인 화목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에서 화목보일러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월동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번 겨울에도 대대적인 한파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무기는 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쓰이는 것이나 잘못 쓰면 표적이 내가 될 수 있다. 동장군에 맞설 무기인 화목(火木)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하여 화목(和睦)한 나의 가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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