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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같은 세월에 희망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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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같은 세월에 희망을 그리며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1.12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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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달력을 걸어 놓은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1월의 중순에 와있다. 새해 들자마자 각종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또 올린다고 한다. 서민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지고 있는데,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서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는 듯 때 아닌 인재영입(人材迎入)을 경쟁하듯 내놓고 있다.
새해 벽두에 북한은 4차 핵실험을 했다. 최전방 접경지대에 있는 주민 말고는 그리 놀라지도 않고 있다. 무서운 전쟁위기가 올지 모르는데, 인천공항에는 해외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의 사회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금수저, 흙수저의 논란은 지난 해부터 서민의 가슴을 찢어놓곤 한다.
겨울의 한파는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난방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수많은 서민들,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야하는 사람들, 이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런 어려운 서민에 대해 희망을 말해주지 않고, 국회의석 180석이 무난하다는 소리나 하고 있다. 새누리당을 대표를 바라보는 냉담한 시선을 모으는 모양이다.
낮 시간 지하철을 타보면 6~70대 노인들만 어디를 가시는지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구시의 지하철 부채가 만만치 않다는데, 왜 노인들은 지하철 탑승을 하는가 물어봤더니 볼일이 있다고 하더니, 한 노인이 집에 있으면 난방비고 들고 적적하기도 해서 친구와 같이 여름에는 지하철에서 피서를 하고, 겨울에는 그나마 따뜻한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한다.
지난 한해 우리 현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힘들었던 삶의 연속이었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단어가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전혀 희망이 없는 사회’를 뜻한다는 헬조선(Hell朝鮮)이었으니 말이다. 뜻이 너무 극단적인 표현 같기도 하지만, 취업에 절절매고 현실에 절망하는 청춘들을 돌아보니 오죽했으면 그런 소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측은하다.
팍팍하고 답답한 현실에 절망한 이 땅의 청춘들이 지난 한해, 이런 풍자와 해학을 통해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견뎌내며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을 쳐야 했다. 안타깝고 애처롭다. 연휴에도 고향도 못가면서 고시촌에서 취업준비를 하는 청춘들이야 이렇게라도 울분을 토하지만 어중간한 처지의 장년 세대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한국이 놀라운 60가지 이야기라는 것도 한동안 회자 됐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복지 지출은 꼴찌다. 성 평등 순위는 136개국 중 111위다. 노인 빈곤률 1위에 독거노인 자살률 1위,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도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런데도 더 쉬운 해고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한국이 놀라운 60가지 이유’ 중 몇 가지 사례다.
바라건대 올해는 더 이상 이런 얘기들이 화제의 중심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절망을 요구하는 강제퇴직도 없었으면 싶다. 일자리 창출한다면서 비정규직만 잔뜩 양산해놓고 큰 소리치는 정부도 정신 차렸으면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쌈질만 한다고 욕먹는 정치권도 올해는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줬으면 좋겠다.
그런 정치권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며 책임을 슬그머니 국회로 떠넘기는 정부도 잘한 일 없는 것 같다. 힘든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으면서 이런 푸념밖에 할 수 없는 우리가 한심하기도 하고 젊은 세대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절망이 지배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낭떠러지에도 끝이 있고 어둠이 아무리 깊어도 햇살은 스며드는 것이 진리다.
가끔은 뉴스를 통해 아름다운 미담(美談)이나 박근혜 정부가 이것만은 잘하고 있다는 소리라도 들렸으면 한다. TK 정치권도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는 소리가 잦아졌으면 한다. 정말 진실한 사람은 어디에 꼭꼭 숨어 있을까. 필자도 답답하니 지하철이라도 타고, 이 회색의 도시를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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