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31] 대구·경북 힘내라! 전라도가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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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31] 대구·경북 힘내라! 전라도가 응원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0.03.1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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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코로나19는 대구가 아니었으면 어쩌면 광주에서도 발생했을 수 있는 불행이다. 그 불행을 대구가 대신해서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폭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대구·경북지역이 혐오와 편견의 ‘특정 지역’이 되고 있다. 물론 ‘일부’라는, 즉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전제가 있지만 대구지역민들이 겪고 있는 가슴앓이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말로 위로될 수 없다.

“‘경상도 출신 학생이라 께름칙하다’며 방을 빼달라고 했다”거나 타 지역에서 생활하는 자녀들에게 “아예 고향을 알리지 말고, 대구·경북 사투리를 쓰지 말라고 했다”거나  “TK 코로나 확산은 지역민 무능 탓”이라고 했다는 어느 신문의 기사는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느끼고 있을 비탄과 자괴감 그 자체다.

관련 댓글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거나 조롱하는 내용 들로 채워지고 있다. 댓글은 공동체의 일원 이기 보다는 공동체를 위협한다는 혐오의 표출로 흘리는 눈물이 피가 되는 모습을 보고자 하는 듯하다.

그 허무맹랑하고 날 선 증오가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이심전심이 되어 섬뜩하다. 80년 5월 광주는 군부의 총칼에 금남로가 피로 물들고 외딴 섬처럼 철저히 고립됐었다. 군사정권에 대항하여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폭동의 도시로 낙인찍히고, 지역민들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차별을 감수해야 했다.

불편한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고향을 밝히지 말고 사투리를 쓰지 말라 했다”는 신문기사처럼 당시 호남인들은 공직에서 고위직에 승진이라도 할라치면 사투리는 물론 고향을 숨겨야 했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깡패 역이나 사기꾼 역은 모두 전라도 말투를 썼고, 그러한 부정적 이미지는 정권이 의도한 대로 고착화됐다. 더럽고 추악한 편견과 혐오는 40년이 흐른 2020년 현재에도 여전히 광주에서 진행형이다.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진실도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편견과 거짓 세력은 진실이 두려워 오히려 악을 쓰며 달려들고 있다.

글 서두에서 썼던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는 전제는 현재 진행형으로 상처 입은 자들에게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 못한다.

더욱이 그러한 편견과 혐오를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 목숨 연장을 위해 무슨 신념이라도 되는 양 드러내놓고 재생산하여 바이러스처럼 퍼트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인들이 퍼트린 편견과 혐오의 바이러스는 유튜브나 SNS를 숙주로 삼아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5·18은 폭동이다’, ‘5·18 때 북한군이 전남도청 지하에서 지휘했고, 광주에 투입돼 살아남은 북한군 32명이 북한으로 돌아가 공화국 영웅훈장을 받았다’, ‘5·18 때 계엄군이 아니라 시민군이 민간여성을 성폭행했다’, ‘5·18 유공자 가족은 가산점이 있어 공무원 취업기회를 싹쓸이 하고 있다’, ‘헬기 사격은 없었고,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는 등의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들이 마치 사실인 양 뉴스 형태로 퍼지고 있다.

광주·전남 시·도민들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여느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것도 그러한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시의회, 대학, 병원, 5·18단체가 “대구의 고통을 함께하겠다”며 대구의 코로나19 감염자를 광주로 옮겨 치료받게 하고, 전남 진도 주민들이 대구시민들에게 힘을 내라며 텃밭에서 키운 봄동을, 장흥군 주민들은 청정바다에서 생산된 ‘무산 김’을 보내 응원하는 것도 편견과 고립의 슬픔이 대구의 한이 되어 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 80년 5월은 광주가 아니었으면 대구에서도 겪었을 일이라는 것을, 앞서 79년 10월 유신체제 철폐를 위한 ‘부마 민주 항쟁’도 부산과 경남 마산에서 일어났지 않았는가. 불의에 저항하는 것은 어느 지역이라 하여 다른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구가 아니었으면 어쩌면 광주에서도 발생했을 수 있는 불행이다. 그 불행을 대구가 대신해서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 힘내라. 그대의 설움 내가 아니, 전라도가 응원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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