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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찜질방의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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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칼럼] 찜질방의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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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4.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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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 前 남양주 부시장

찜질방 모래시계 속에는 반짝이는 모래알이 반쯤 들어있습니다. 5분의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몇 알의 모래가 필요할까 생각해 봅니다. 모래알을 세어볼 수는 없지만 1초에 10알 10초에 100알 60초에 600개의 반짝임으로 시간이 지나감을 표시한다고 봅니다. 숨이 탁탁 막히는 찜방에서 은빛의 실모래알을 흘려보내며 5분을 버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숨이 탁탁 막히는 긴 시간 5분 속에는 우리의 인생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뚱 아저씨들의 그 느긋함에는 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땀샘에서 주르륵 난리가 나는데도 天下泰平(천하태평)입니다. 한여름 수많은 꽃이 만개한 어느 날에 벌벌벌 벌들이 꿀 따는 열정처럼 버티고 이겨내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찜질방은 벌통이 됩니다. 3,000마리 일벌들이 웅웅 거리며 따오는 꿀이 폭포가 되어 흐르는 듯 그렇게 찜질방의 치열함은 20분을 넘기기도 합니다.

윙윙거리는 벌소리와 은빛 모래알의 합창시간이 깡마른 이에게는 느리게 가고 반대로 뜨거운 열기와 습기를 잘 참아내는 사장님에게는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그리고 찜방 모래시계는 몸속의 땀을 밀어내는 기계입니다. 땀을 밀어내는 힘은 모래시계에 있을까, 자신의 의지에서 나오는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정말로 몸속의 노폐물을 몰아내는 힘은 시간입니다. 뜨거운 열기에서의 5분보다 따스한 온돌에서의 30분이 더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들어올릴 수 없는 돌덩어리와 싸우기 보다는 가벼운 아령으로 긴 시간 동안 근육운동을 하는 것이 땀을 내는데 유리하고 운동효과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이틀을 굶었다고 6끼니를 한 번에 먹을 수 없습니다. 두 밤을 새운다고 어려운 일이 풀리지 않습니다. 3일 밤을 새웠다고 24시간 잠들 수도 없습니다. 벽돌을 나르거나 쌓아 올리는 일이야 열정으로 노력하면 가능하겠지만 하루에 쌓아올릴 수 있는 높이와 벽돌 갯수가 설계도에 나와 있습니다. 양생시간도 필요합니다.

인생도 다양한 시간과 시각을 경험합니다. 공직 42년을 근무했다고 하니 참 긴 세월이라 생각들지만 500개월이라 표현하니 길지 않을 듯 보입니다. 태어나서 초등학교 입학까지 6년은 참으로 길게 느껴집니다만 자신의 중고생 6년은 짧게 기억합니다. 더구나 나이 들수록 시간은 빠르게 내달려갑니다.

면접 10분은 길고 휴식 15분은 짧기만 합니다. 時間(시간)이든 時刻(시각)이든 자신의 기준에 의해 길고 짧음의 느낌에 다름이 있습니다. 스스로 인생이 길다 하는 이가 있고 짧은 인생이라 一場春夢(일장춘몽) 같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24시간 하루가 지나가고 12개월 1년이 흘러가서 나이 60, 70에 이른 것입니다.

찜질방에서 5분이 길다고 느끼면 행복입니다. 70평생이 짧다고 생각하면 행복일까 불행일까 아무런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각자의 인생에 대한 길이를 길고 짧다 평가하겠지만 누구의 인생이든 찜질방의 모래시계처럼 느리게 천천히 지나가면 행복할 것입니다. 이제 찜질방 모래시계 5분이 참으로 행복한 시각임을 공감해 보시기 바랍니다. 힘든 일조차 이 또한 모래시계처럼 흘러가려니 생각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이강석 前 남양주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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